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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北 "靑작태는 겁먹은 개가 짖는 것" 막말에도…청와대 무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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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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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친서 외교'를 통해 비핵화 협상 재개 가능성을 높였다. 그러나 이번 대화 무드는 두 지도자가 한미 연합연습에 대한 비판을 매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는 평가다.

이를 통해 김 위원장은 한국을 배제하고 미국과 직접 소통하는 통미봉남(通美封南) 구도를 고착화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인상을 노릴 수 있어 자칫 한국 배제를 통해 양측이 '윈윈'하는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은 한미 연합지휘소훈련 첫날인 11일 남측을 비난하는 외무성 국장 명의 담화를 발표하고 한미 훈련을 즉각 중단하거나 이에 관한 해명 등을 하기 전에는 남북 간 접촉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은 이날 담화에서 "군사연습을 아예 걷어치우든지, 군사연습을 한 데 대하여 하다못해 그럴싸한 변명이나 해명이라도 성의껏 하기 전에는 북남 사이의 접촉 자체가 어렵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특히 "앞으로 대화에로 향한 좋은 기류가 생겨 우리가 대화에 나간다고 해도 철저히 이러한 대화는 조·미(북·미) 사이에 열리는 것이지 북남 대화는 아니라는 것을 똑바로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담화에서 북한은 청와대를 조롱하고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실명을 거론하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북한은 "청와대가 전시도 아닌 때에 '긴급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한다 어쩐다 하며 복닥소동을 피워댄 것"이라며 "지난번에 진행된 우리 군대의 위력시위 사격을 놓고 사거리 하나 제대로 판정 못 해 쩔쩔매 만사람의 웃음거리가 된 데서 교훈을 찾는 대신 저들이 삐칠 일도 아닌데 쫄딱 나서서 새벽잠까지 설쳐대며 허우적거리는 꼴이 참으로 가관"이라고 막말을 퍼부었다. 이어 "청와대의 이러한 작태가 남조선 국민들 눈에는 안보를 제대로 챙기려는 주인으로 비칠지는 몰라도 우리 눈에는 겁먹은 개가 더 요란스럽게 짖어대는 것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청와대를 개에 비유했다.

또 국방부 장관을 직접 거명해 "정경두 같은 웃기는 것을 내세워 체면이라도 좀 세워보려고 허튼 망발을 늘어놓는다면 기름으로 붙는 불을 꺼보려는 어리석은 행위가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이에 대한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한국에 세게 나오면 미국이랑 대화를 못 하게 된다거나 하는 입지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 정부에는 그런 레버리지가 없으니 북한이 강한 비난을 해도 되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일부 내용을 공개한 김 위원장의 친서에는 크게 세 가지 메시지가 담겼다. 첫째, 한미 연합연습이 종료되면 실무협상에 응하겠다는 것이다. 둘째, 연내 미·북정상회담이 또 한 번 개최될 가능성을 열어뒀다. 셋째, 메시지이자 친서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한 것은 한미 훈련을 중단해야 한다는 요청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주장에 동조하며 "그중 많은 부분은 터무니없고 돈이 많이 드는 훈련에 대해 불평하는 내용이었다"고 전했다.

이에 김 위원장이 한미 훈련 기간을 노려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그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최근 연속된 미사일 발사 시험에 대한 면죄부를 노렸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독재자 편에 선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뉴욕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9일 문재인 대통령의 말투를 흉내 내며 그를 조롱하는 듯한 제스처도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한미 연합연습이 종료되는 대로 협상 재개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6월 30일 판문점 회동에서 합의했던 비핵화 실무협상이 이르면 이달 말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판문점 회동에서 '2~3주 내' 실무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으나 북한이 한미 훈련을 문제 삼으면서 지연돼왔다. 실무협상이 재개된다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김명길 전 베트남 주재 북한대사가 각각 대표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 서울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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