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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한일 정부협상 막힐수록 돌파구는 기업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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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 극복 액션플랜 ⑤ ◆

지난달 4일 일본이 한국 기업에 수출하는 일부 품목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자 일본으로 달려가 실질적 해결에 나선 이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이었다. 지난달 7일 이 부회장이 일본으로 출국해 수출규제에 따른 해결책을 모색했고, 이어 정 수석부회장도 지난달 18일 일본을 긴급 방문해 현지 부품 공급망을 점검했다. 사실상 일본 현지에서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가장 먼저 나선 사람은 재계 총수들인 셈이다. '경제 전쟁'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한일 관계의 해법을 찾기 위해 기업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한일 관계가 악화 일로를 걷는 와중에 한일 재계는 양국 기업들이 모여 토론회를 가지는 등 관계 회복을 위한 교류 움직임을 계속해왔다.

한일경제협회와 일한경제협회는 지난 5월 개최를 앞두고 불발됐던 한일경제인회의를 오는 9월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최근 합의했다. 다음달 24일부터 이틀간 서울 롯데호텔에서 '급변하는 세계 경제 속의 한일 협력'을 주제로 51번째 회의를 개최한다.

한일경제인회의는 1969년부터 경제 협력 증진을 위해 매해 열린 대표적 민간 경제 협력 회의지만 올해는 한일 관계 악화로 개최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지난달 일본의 수출규제가 시작되며 관계가 더욱 악화될 조짐을 보이자 지난달 30일 양국 단체가 개최에 합의했다. 재계가 관계 회복을 위해 나선 것이다. 두 협회는 경제인 입장에서 한일 관계 방향에 관한 의견과 정책 건의를 담은 공동성명도 발표하기로 했다.

9월 1일로 예정된 양국 간 최대 규모 문화 교류 행사인 '한일 축제한마당'도 예정대로 열려 관계 회복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올해 이 행사의 한국 측 실행위원장을 맡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이 행사에 양국 기업인을 다수 초청하고 경색된 한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적극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한일축제한마당 개최 여부에 대해 "성사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 일본 측과도 이 문제에 대해 같이 노력해보자는 데 대해 공감대가 이뤄졌다"며 "이럴 때일수록 양국 정부와 기업이 힘을 보태서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오는 11월 일본의 대표적 경제단체인 일본경제단체연합회와 한일재계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정부와 공식적으로 협력하고 있진 않지만 회의 개최 외에도 참여 가능한 선에서 재계 네트워크 활용에 힘을 쏟는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재계가 확보하고 있는 양국 연결고리를 적극 활용하려면 기업들에 '판'을 깔아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청와대나 정부 고위 관료들이 기업인들을 수시로 불러 모으기보다 기업 기살리기, 반기업 정서 해소 등 기업이 나서기 좋은 환경 조성에 힘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총수나 임원들을 자꾸 불러 의견을 청취하는 것은 실무자들이 수시로 소통하는 것보다 효과가 떨어질뿐더러 정부와 기업이 함께 일본과 싸우는 모양새가 기업들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개별 기업들이 대일 네트워크를 활용해 물밑에서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해답"이라고 말했다.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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