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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조달청 평가위원 전문성·공정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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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검토 등 심사 2∼3시간 만에 ‘대충’ / 평가 때 찬반 표명 금지 내부 규정 불구 / 특정사 몰아주기 행태 유착 의혹 불러

세계일보

최근 한국은행, 조달청과 계룡건설 등의 분쟁 사례 등 굵직굵직한 조달 사업들이 분쟁에 휘말리는 등 마찰이 불거지면서, 조달 평가위원들의 전문성 및 공정성 논란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이 나날이 고도화하고 있는데, 평가위원들은 겨우 1~2시간 30분 동안의 자료 검토, 참여업체들의 프레젠테이션(15분) 청취, 이후 질의·응답(약 10여분)만으로 부실심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조달청에 시공사 선정을 맡겼다가 문제가 생겨 2년여간 공사가 지연되는 불이익을 당했다. 조달청이 당초 1순위로 선정한 건설사인 ‘계룡건설’이 2순위 업체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제시하고도 선정된 것에 문제가 있다고 감사원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원에서는 1순위 업체인 계룡건설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공사가 재개됐다. 감사원, 조달청, 법원 간의 서로 다른 판단으로 인해 업체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속출하는 것이다.

세계일보

평가위원들에 대한 조달청과 발주기관의 관리·감독 부족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조달청 행정규칙(4조2항)에는 ‘평가위원들은 표정으로 찬성·반대 입장을 나타내지 말아야 한다’, ‘평가 대상 측에 면박이나 무안을 주지 말아야 한다’ 등 17개의 ‘제안서 평가위원 유의사항’이 명시돼 있다. 평가위원들이 이를 지키지 않으면 조달청이 주의를 주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입찰 참가 업체들은 이런 규칙이 제대로 지켜지는 경우를 못 봤다고 입을 모은다. D업체 관계자는 “15분간의 프레젠테이션이 끝나고 나면 질의·응답 시간이 10분간 이어지는데 특정 업체들에 유리하게 질문을 하고, 나머지 업체에는 면박을 주는 등의 태도로 분위기를 몰아가려는 평가위원들이 상당하다”며 “다른 평가위원들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이 같은 행위는 엄격히 금지돼 있지만 감독관이 한 번도 제지하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평가위원과 업체 간 유착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사업금액 20억원 이상의 대형 사업의 경우 평가위원의 ‘책임성’ 확보 차원에서 평가단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전자부품을 공급하는 E업체 관계자는 “업자들 사이에선 어느 평가위원이, 어떤 주에, 어떤 평가에 참여할지에 관한 정보가 돈다”고 말했다. 그는 “업체가 평가위원 재직 대학이나 기관을 찾아가 향응을 제공하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명단 공개가 공정 입찰에 과연 도움이 되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김라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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