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1 (토)

“AI·빅데이터로 승객이 만족할 ‘적정 시간’ 내 탑승시키는 게 과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유승일 카카오모빌리티 인텔리전스 연구소장

경향신문

택시를 타려는 이들의 요구는 ‘얼마나 빨리,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하느냐’다. 타다·마카롱택시·웨이고블루 등 새로운 서비스가 커져가는 이유도 여태껏 이 요구가 채워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플랫폼 업체들은 인공지능(AI)·빅데이터가 이 같은 ‘숙제’를 해결할 열쇠라고 본다. 운송시장이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상황에서 어느 업체가 승자가 되느냐도 여기에 달렸다.

지난 6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카카오모빌리티 본사 사옥에서 만난 유승일 모빌리티 인텔리전스 연구소장(34·사진)은 “배차 시스템과 내비게이션 길 안내 등 머신러닝을 이용한 기술이 업체들의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전국 26만8900명의 택시기사 중 24만여명, 승객 2200만명이 사용하는 호출앱 ‘카카오T’를 갖고 있다. 호출 장소, 이동 패턴, 운행 시간 등 거대한 양의 교통 데이터를 갖고 있다는 의미다. 이를 통한 카카오의 기술은 국내 모빌리티 플랫폼 기술을 대표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택시 플랫폼의 기본은 ‘내가 부르면 제때 택시가 온다’이다. 지난해 카카오 조사에 따르면 폭우가 내릴 때 택시를 타려는 손님은 평소보다 54% 늘지만, 빗길 사고에 대한 우려 때문에 택시기사는 평소보다 14% 줄어든다. 이 같은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를 해결한다는 것이 플랫폼 업체가 줄곧 내건 홍보용 문구였다.

플랫폼 택시 자가용과 다른 시스템

AI 학습 통해 운전 패턴 파악 후

기사 성향·승객 상황 맞으면 배차

택시 호출 장소 세밀히 집어내고

빨리 도착하는 길 안내에 ‘중점’


이를 살펴보려면 보다 세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택시를 불러 목적지에 도착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은 5단계로 나눠볼 수 있다. ‘승객의 호출-기사 지정(배차)-승객 위치로 기사 이동-승객 탑승-운행-목적지 도착’이다.

플랫폼 업체는 기사와 승객의 위치를 파악한다. 이들이 가진 스마트폰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신호를 플랫폼 업체 서버에 보내준다. 하지만 GPS로는 미터(m) 단위의 오차가 생긴다. 이를 줄이기 위해 LTE(4G) 신호 패턴 비교, 컴퓨터 비전 정보 등이 더해진다.

승객이 앱으로 택시를 호출(콜)하면, 플랫폼 업체는 승객에게 ‘가장 빨리 도착할 기사’를 추린다. 차량을 배정(배차)하는 것이다. 단순히 승객과 가까운 장소에 있는 기사에게 배차가 되는 건 아니다. 승객을 태울 장소 주변에 길이 막히지는 않는지, 해당 장소로 기사가 가고 싶어 하는지 등도 함께 고려된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장거리 운행보다는 단거리 반복 운행을 선호하는 기사가 있다. 다리를 건너 서울 강북 지역으로 이동하기보다는 강남 일대에서 손님을 태우길 선호하는 기사도 있다. 또 교대 근무를 위해 곧 차고지로 돌아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평소 기사들의 운전 패턴을 AI에 학습시키면, AI가 기사들의 성향에 맞게 배차를 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길거리 축구 응원이나 집회로 길이 막히는지를 고려하는 건 쉬운 기술에 속한다.

승객의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출근시간에 호출한 택시가 10분 뒤 도착한다면 승객은 앱에서 ‘호출 취소’ 버튼을 누른다. 반면 새벽 1시에 호출한 택시가 10분 뒤 도착하더라도 승객은 택시를 기다린다. 또 대로변에서 택시를 부른 승객은 택시 도착시간이 길어지면 호출을 취소하지만, 대로 안쪽 골목길의 술집 앞에서 택시를 부르는 경우 쉽사리 호출을 취소하지 않는다. 일반택시보다 비싼 택시를 호출한 승객은 ‘택시를 기다리는 시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유 소장은 “승객이 ‘호출 취소’ 버튼을 누르지 않는 ‘적정 시간’이 얼마인지를 상황별로 산출해내는 게 AI와 빅데이터를 통한 기술”이라며 “이 ‘적정 시간’을 최대한으로 줄이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이후에는 기사가 승객을 태우러 간다. 여기에선 택시를 부르는 장소(point of interest·POI)를 세밀하게 집어내는 내비게이션 기술이 중요하다. 단순히 ‘아파트 몇 동 앞’이 아니라 해당 아파트의 출입문이 서쪽에 있는지, 동쪽에 있는지 등 보다 더 구체적으로 내비게이션에 표시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 생긴 건물·도로나 상점 정보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돼야 한다.

이 단계에서 서비스 형태가 다양해질 수도 있다. 합승 서비스인 ‘우버 풀’이나 ‘디디추싱’의 일부 상품의 경우 손님에게 “탑승 위치로 이동해주세요”라고 요구하는 대신 요금을 깎아준다.

승객이 택시를 탄 이후에는 기사가 얼마나 친절한지, 또 차량이 깨끗한지가 중요해진다. 웨이고블루 등 신규 서비스의 인기 요인 중 하나가 담배냄새 나지 않는 차량, 불필요한 말을 건네지 않는 기사라는 점이다. 공기청정기와 스마트폰 충전 잭이 구비돼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자가용에 적용되는 내비게이션은 대로 등 운전하기 편한 길 안내에 중점을 둔다. 반면 택시 내비게이션은 골목길처럼 운전은 다소 불편하더라도 빨리 도착하는 길 안내에 초점을 맞춘다.

유 소장은 “작게 보면 승객이 호출한 뒤 탑승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크게 보면 호출 후 목적지 도착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게 기술적인 목표”라며 “이는 카카오뿐 아니라 모든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의 과제”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은 택시호출뿐 아니라 음식배달, 전기자전거 대여와 대리운전 등에도 유사하게 적용된다. 예를 들어 손님이 주문한 음식이 완성되는 시간에 맞춰 배달원을 식당에 보내고, 배달원을 배달 장소로 길 안내하는 것은 이와 비슷하다. 택시 플랫폼이 음식배달과 대리운전은 물론 향후 모든 이동 서비스로 확장될 수 있다는 의미다. 유 소장은 “현재의 플랫폼 택시 운행 과정의 각 단계를 어떻게 고도화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서비스 모델이 탄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