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스타인 ‘극단적 선택’…이전에도 혼수상태 발견
당국, 판결 전 관리 허술
트럼프, 음모론 글 리트윗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수감된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66·사진)이 10일(현지시간) 교도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엡스타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절친으로 알려져 있다.
엡스타인은 이날 수감 중이던 뉴욕 맨해튼 메트로폴리탄 교도소에서 오전 7시30분쯤 숨진 채 발견됐다. 로이터통신은 엡스타인이 전날 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보도했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인 엡스타인은 2002~2005년 뉴욕과 플로리다주에서 20여명의 미성년자와 성매매를 하는 등 수십명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지난달 6일 체포돼 기소됐다. 성매매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최장 징역 45년을 선고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미국에서 미성년자 성매매는 최고 종신형에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다.
특히 목숨을 끊기 전날 새로운 혐의 등이 추가된 법정서류 수백쪽이 공개되고, 유명 인사 연루설도 제기되면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버지니아 주프레라는 여성은 2016년 엡스타인의 과거 연인으로 최측근인 길레인 맥스웰과 명예훼손 소송에서 2000~2002년 자신이 엡스타인의 ‘성노예’였다고 주장했다. 당시 주프레는 미성년자였다. 그는 엡스타인의 강요로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 조지 미첼 전 상원의원,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를 지낸 인공지능 과학자 고(故) 마빈 민스키 등 유명인사들과 성관계를 맺어야만 했다고 주장했다.
교도당국의 허술한 수감자 관리도 도마에 올랐다. 엡스타인은 지난달 26일 보석이 기각된 후 같은 교도소 감방 바닥에 혼수상태로 쓰러진 채 발견된 바 있다. 엡스타인은 최대 1억달러(약 1180억원)를 지불하고서라도 보석으로 감방을 나가려 했으나 뉴욕 연방지법은 보석 청구를 기각했고, 좌절한 엡스타인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언론들은 엡스타인이 자해 시도 이후 3일 만인 지난달 29일 극단적 선택 주의 감시 대상자에서 제외됐다고 보도했다.
사망 사실에도 비난 여론은 더 거세게 일었다. 엡스타인 성학대 피해자라는 여성 제니퍼 아라오즈는 CNBC 인터뷰에서 “엡스타인이 더 이상 법정에서 그의 성학대 생존자들과 맞닥뜨리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피해 여성들의 변호를 맡고 있는 리사 블룸은 “피해자들은 엡스타인이 남긴 평생의 피해에 대해 전부 보상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유명인과의 관계도 부각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수 성향 배우 겸 코미디언인 테런스 윌리엄스가 트위터에 올린 글을 리트윗해 논란을 일으켰다. 윌리엄스는 “24시간 7일 내내 자살 감시를 받는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오호 그러셔. 제프리 엡스타인은 빌 클린턴과 관련한 정보를 갖고 있었고, 이제 그는 죽었다”고 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과 엡스타인의 죽음을 연관시킨 듯한 음모론을 리트윗한 것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엡스타인 소유의 개인 비행기를 여러 차례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002년 뉴욕매거진 인터뷰에서 “엡스타인은 심지어 나만큼 미녀를 좋아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그 미녀들은 대부분 나이가 어리다”고 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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