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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배연국칼럼] 평화-자유+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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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소리치면서 자유 빼자더니 / 반일 들쑤셔 北과 민족공조 외쳐 / 번영의 탑 쌓는 데 백년 걸려도 / 정신 안 차리면 망국은 한순간

x-y+z=평화-자유+반일=? 나라의 운명과 직결된 3원방정식이다. 출제자는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국민이 답을 제시하지 못하자 출제자가 공개적으로 정답을 선언했다. “남북 공조!”

세계일보

배연국 논설위원


답이 맞는지 알려면 각각의 변수에 대한 과학적인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 대통령이 중시하는 진실로 인정받기 위해 거쳐야 하는 필수 과정이다. 우선 출제자가 정한 x값 ‘평화’의 검증이다. 대통령은 평소 나쁜 평화도 좋은 전쟁보다 낫다고 외쳤다. 국민은 도발이 사라진 평화로운 모습을 떠올렸을 테지만 집권 2년을 돌아보니 그게 아니었다. 핵과 미사일을 양손에 쥔 김정은의 행동은 더 거칠어졌다. 우리의 쌀 선물을 내치면서 “맞을 짓을 하지 마라”고 대놓고 겁박한다. 국민은 그의 미사일 자명종 소리를 듣고 잠을 깨는 신세로 전락했다. 한낱 물컵 갑질에 분노하던 세력들은 고사총으로 사람을 죽이는 김정은의 극악엔 침묵한다. 대통령은 “예의 바르다”고 되레 칭찬하고 일각에선 위인으로 떠받든다. 세상에는 전쟁보다 나쁜 평화도 있다. 적에 굴종해 안보를 팽개치다 망국을 자초하는 가짜 평화다.

두 번째 변수는 y값으로 제시된 ‘자유’다. 문정부 출범 이후 헌법과 역사교과서에서 자유를 삭제하려는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다. 자유는 개인의 인권이 파괴된 북의 인민민주주의와 구별 짓는 핵심 가치다. 자유를 빼면 남의 민주주의는 북의 가짜 민주주의가 되고 만다.

마지막 z값 ‘반일’에는 총선을 겨냥한 정략이 엿보인다. 강제동원 판결에 경제보복을 가한 아베 정권의 행동에 분개하지 않을 국민은 아마 없을 것이다. 여권은 그런 애국심마저 정략적으로 접근한다. 외교적 해법보다 반일 국면이 내년 총선에 긍정적이라는 내부 보고서가 그 증좌다.

여권 인사들이 반일을 부추긴 이면에는 북한과 민족 공조를 시도하려는 암수가 숨어 있다. “일본 경제침략 전쟁으로부터 승리하려면 전 민족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여당 4선 중진의 발언에서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남북이 공조하려면 민족감정이 활활 타올라야 하는데, 그 불쏘시개가 반일이었던 셈이다.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은 국민 안전과 국가 번영을 도모하는 길이다. 지금 우리는 그 길로 가고 있는가? 변수가 잘못 입력되면 엉뚱한 결론이 나오게 마련이다. “남북 경제협력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되면 단숨에 일본의 우위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대통령의 ‘남북 공조’가 그렇다. 현 난국의 출구가 미국도 아닌 북한과의 공조였다. 그간 추진한 평화와 자유 삭제와 반일이 모두 북으로 귀결된 것이다.

가난한 북한을 도우면 우리의 번영이 보장된다는 대통령의 주장은 비논리적이다. 마치 아프리카 우간다를 지원하면 한국 경제가 발전한다는 식이다. 대북 지원에 따른 천문학적 비용과 부작용을 간과한 억설임이 분명하다. 남북이 힘을 합쳐 일본을 이기자는 구호가 얼마나 공허한지는 금세 들통이 났다. 바로 그다음 날 북한은 미사일 2발로 화답했다.

남북의 경제력 차이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53배다. 이를 두고 북한이 침략해도 우리를 이길 수 없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인구 100만의 여진족은 100배가 넘는 명나라를 무너뜨렸다. 둘 간의 경제력 차이는 200배도 넘었을 것이다. 경제력은 안보에 도움이 되긴 하지만 구성원들의 강한 정신력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오히려 경제적 번영은 적을 유인하는 좋은 먹잇감이 되기 십상이다. 잘사는 남에는 북이 즐기는 먹이가 즐비하고 국민의 정신은 번영에 취해 완전히 풀어진 상태다.

율곡은 임진왜란이 터지기 전 “조선의 상황은 기둥을 바꾸면 서까래가 내려앉고 지붕을 고치면 벽이 무너져 손을 댈 수가 없는 지경”이라고 개탄했다. ‘안보의 기둥’과 ‘경제의 지붕’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작금의 형세가 병든 조선과 무엇이 다른가? 올해는 임정 수립 백년을 맞는 해이다. 이틀 후면 광복 74돌이다. 잘못 설정된 국가 좌표가 백년을 일궈온 기적의 대한민국을 벼랑으로 몰고 있다. 탑은 쌓기는 어려워도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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