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7 (화)

내 나라에 묻히러온 안중근 손녀…독립운동가 후손들 박삼득 보훈처장 반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홍재하 선생의 차남 장자크 씨 “아버지 대신해 수여받는 훈장, 큰 영광”/ 독립운동가 후손들 “또 다시 군 위주 보훈정책들로 이어질까 염려”

세계일보

안중근 의사 외손녀 황은주 여사(오른쪽)가 13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독립 유공자 및 후손 초청 오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복절을 이틀 앞둔 13일 청와대는 독립 유공자 및 후손 160여명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했다.

이날 청와대 영빈관를 찾은 안중근 의사의 외손녀 황은주 여사는 한국을 찾은 이유에 대해 “8‧15 해방으로 내 고향의 나라, 내 나라에 와서 살면서 마지막 가는 길, 내 땅에 묻히러 왔다”고 말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손뼉을 치며 화답했고 나머지 참석자도 따라서 박수를 쳤다.

황 여사는 “내가 중국 상하이에서 나서 거기에서 자랐다”며 “그때는 우리나라가 없었다”고도 했다.

프랑스에서 독립운동 자금을 중국 임시정부에 전달한 공로로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는 홍재하 선생의 차남 장자크 홍 푸앙씨도 이 자리를 함께했다.

세계일보

독립운동가 홍재하 선생의 차남 장자크 홍 푸앙씨가 13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독립 유공자 및 후손 초청 오찬에서 인터뷰 도중 아리랑을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장자크씨는 “아버지는 삶의 뿌리를 철저하게 한국 전통에 둔 애국자셨다”고 재불 한국민회 2대 회장이던 부친을 떠올렸다.

이어 프랑스어로 “조국이 하늘에 계신 아버지에게 수여하는 훈장을 제가 대신 받게 됨을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아버지처럼 저도 한국의 피가 흐른다는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다”고 했다.

아울러 “고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이 확고하셨던 아버지께서 ‘한국에 가면 한국어를 배울 테니 굳이 배울 필요가 없다’고 하셔서 제가 한국말을 못 하게 됐는데, 굉장히 유감스럽고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자크씨는 인터뷰를 마친 뒤 서툰 우리말로 아리랑을 불렀다.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를 비롯한 오찬 참석자들도 따라부르며 호응했다.

유관순 열사 등과 서울 서대문형무소에서 ‘대한이 살았다’라는 노래를 지어 함께 불렀다는 심명철 지사의 아들 문수일씨는 노래 가사를 직접 낭송하기도 했다.

심 지사는 유 열사와 함께 1919년 3.1운동 주동 죄목으로 서대문형무소 여옥사 8호 감방에 수감된 7명 중 1명이었다.

이날 오찬 행사에는 생존 애국지사 9명과 광복절 경축식 독립 유공자 서훈 친수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는 독립 유공자 후손 등 160명이 초대됐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프랑스, 호주 등 해외 6개국의 독립 유공자 후손 36명도 특별 방한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항일운동 당시를 기념하는 분위기로 연출됐다.

오찬에는 임정 수반이었던 김구 선생이 일제 강점기 경찰의 추적을 피해 휴대용으로 즐긴 음식인 ‘쫑즈’(대나무잎으로 감싼 밥)와 임정 안살림을 책임졌던 오건해 여사가 임정 요인들에게 대접했다는 ‘홍샤오로우’(돼지고기를 간장 양념으로 조린 요리)가 준비됐다.

문 대통령은 오찬사를 통해 독립운동가와 후손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문 대통령은 “황 여사님의 이야기에서 독립을 넘어 아시아와 세계의 평화를 꿈꿨던 안 의사의 높은 기개와 사상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며 “홍 선생의 독립운동 이야기를 들려주신 장자크님께도 깊이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특히 ”이번 광복절에 홍 선생을 독립 유공자로 포상하게 돼 매우 뜻깊다”고도 했다.

한편 이날 조선의열단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는 청와대 국방개혁비서관실 관계자들을 통해 ‘문 대통령의 박삼득 신임 국가보훈처장 임명 철회를 요청한다’는 내용이 담긴 문건을 전달했다.

추진위는 단재 신채호, 운암 김성숙, 우근 류자명, 석정 윤세주, 약산 김원봉, 한지 김상옥 의사 등 의열단 단원들의 독립운동 정신을 선양하기 위해 지난달 9일 발족했다.

추진위 측은 “독립운동가 후손, 광복회,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 등 독립운동가 선양단체는 박삼득 신임 처장의 임명을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지난 9일 개각에서 신임 처장으로 지명된 박 내정자는 육사 36기로 작전과 교육 분야에서 역량을 발휘해 온 군사 전문가다.

추진위는 또 “지금까지 박정희·전두환·노태우 군사정권에서의 군 위주 보훈정책이 이어져왔고 상대적으로 독립 유공자에 대한 정책은 미미했다”며 “문 대통령 취임 이후에야 비로소 강력한 친일 청산과 더불어 독립운동가 선양사업, 그 후손에 대한 예우를 확대해나가기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다시 또 군사정권 시대처럼 노무현 대통령과 인연이 있다는 이유로 군 출신 인사를 임명한다면 박승춘 전 처장 임기 때와 같은 군 위주의 보훈정책 시대로 돌아갈 것이 불보듯 뻔하고, 남·북 화해시대로 남북의 경제협력을 논의하고, 재향군인회와 향토 예비군 등의 존립 여부도 논의돼야 하는 요즘 정세에 반하는 인사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양봉식 기자 yangbs@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