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금리 하락으로 원금 50% 손실본 투자자도 생겨
일반 직원이 팔면서 PB가 판 것처럼 직원번호 교체
금감원은 자료 조사 후 현장 검사 여부 결정할 계획
최근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불거지며 문제가 되고 있는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S)을 KEB하나은행의 경우 입출금 담당직원도 판매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금리연계형 DLS와 같은 상품은 구조가 복잡하고 손실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별도의 자격증을 가진 전문인력이 팔아야 한다. 제대로 된 자격을 갖추지 않은 은행 직원도 판매에 나선 것이 확인되면서 불완전판매가 있었을 가능성이 커졌다.
14일 금융권과 DLS 투자자들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일부 지점에서는 입출금담당 직원까지 금리연계형 DLS를 판매했다. 예금만기가 돌아와 일시적으로 거액을 가지고 있는 은행 고객이 대상이었다. 하나은행은 이들에게 금리연계형 DLS가 안전하기 때문에 가입해도 괜찮다는 식으로 상품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에서 금리연계형 DLS에 가입한 한 투자자는 "원금보장형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지만 DLS에 연계된 채권 금리가 최근 10년간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이 없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식으로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금리연계형 DLS는 연동된 채권 금리가 기준치 밑으로 떨어지지만 않으면 수익을 보장하는 파생상품이다. 반대로 기준치 밑으로 내려가면 원금의 100%까지 손실이 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 상품을 판매한 하나은행 직원은 PB가 판매한 것처럼 보이도록 실제 상품을 판매한 직원 대신 PB의 직원번호를 상품 판매에 입력하는 방법을 썼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점별로 비이자수익을 늘려야 하는 실적 압박을 받고 있다보니 이런 꼼수를 쓴 게 아닌가 싶다"며 "PB가 팔아야 할 복잡한 구조의 파생금융상품을 입출금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에게 팔도록 한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실시한 DLS 판매에 대한 미스터리쇼핑에서도 금융회사 가운데 가장 낮은 '저조(60점 미만)' 등급을 받은 바 있다. 미스터리쇼핑은 조사원이 실제 고객처럼 가장해 금융회사 점포를 방문한 뒤 금융회사 직원이 금융상품 판매 절차를 제대로 지키는지 평가하는 것이다.
문제가 된 금리연계형 DLS는 상품 구조가 복잡하고 위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을 제외한 다른 은행에서는 유럽 지역의 금리와 연동된 금리연계형 DLS는 위험 상품으로 분류하고 판매하지 않았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판매한 금리연계형 DLS는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나 영국 CMS(파운드화 이자율 스와프) 금리와 수익률이 연동된 상품이다. 금리연계형 DLS는 연동된 금리가 기준치 밑으로 내려가지만 않으면 연 4~5%의 수익률을 보장한다. 반대로 금리가 기준치 밑으로 내려가는 순간 원금을 100%까지 잃을 수 있는 구조다.
또 상품의 만기가 짧아 손실이 나면 원금을 회복하기가 어렵다. 하나은행이 판 DLS는 만기가 1년에서 1년 6개월 정도고, 우리은행이 판 DLS는 4~6개월에 불과하다. 과거 원금 손실 우려가 있었던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은 만기가 길어 원금 손실을 회복할 여지가 있었다.
이런 상품 구조 탓에 금융당국에서도 금리연계형 DLS를 가리켜 '갬블링(도박)' 성격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 이미 하나은행의 금리연계형 DLS에 투자한 투자자는 원금의 50% 정도까지 손실을 입고 있다. 우리은행 상품에 투자한 경우는 원금의 90%까지 손실이 나기도 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금리연계형 DLS와 이 DLS에 투자하는 펀드인 DLF(파생결합펀드)를 각각 4000억원 정도씩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에서는 2000억원 정도가 팔렸다. 우리은행과 증권사의 경우 PB가 아닌 비전문인력이 이 상품을 팔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터지고 자체적으로 판매 과정을 모두 점검해본 결과 일반지점에서 자격 없는 직원이 판매한 사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현재 두 은행뿐 아니라 은행권 전체의 금리연계형 DLS 판매 현황에 대해 자료 조사를 진행 중이다. 피해자가 단기간에 큰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큰 만큼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번 주 중에 자료 조사를 마치고 현장 검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은 은행별, 상품별로 어떤 구조인지, 얼마나 팔렸는지 등을 자료로 조사하는 단계이고 현장 검사를 나갈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부 피해자는 이미 법무법인을 통해 소송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금감원 분쟁조정을 신청한 피해자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은행이 PB가 아닌 입출금 담당직원을 통해 이 상품을 판매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관련 검사와 소송 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종현 기자(i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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