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사건 영웅 군인에 “배우 같다”… 바이든 비난하며 자신에겐 “잘생겨”
유니폼 입은 남성에 대한 칭송 내년 대선 앞두고 부쩍 늘어
13일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7일 텍사스주 엘패소에서 총격 사건의 ‘영웅’ 글렌던 오클리 일병을 만나자마자 “당신의 외모를 보니 영화배우도 될 수 있겠다”고 말했다. 사건 현장에서 아이 3명을 구한 영웅에게 “용감하다”는 말 대신 “잘생겼다”고 칭찬한 것이다. 당황한 오클리 일병은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6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선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에 대해 얘기하며 “매우 잘생긴 배우 같은 장군이 나의 철군 결정을 말렸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4월 캘리포니아주 국경장벽 건설 현장을 방문했을 때는 기자들 앞에 현지 보안관들을 세워놓고 “마치 영화배우 같다. 할리우드에서도 이런 남자들을 찾기는 쉽지 않다”고 평했다.
외모에 대한 지대한 관심은 이뿐만이 아니다. 자신의 외모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는다. 지난달 트위터에서 민주당 유력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비난할 때 자신에 대해 “매우 잘생기고 똑똑하며 진정한 천재인 현역 대통령”이라고 했다.
미스 유니버스 대회를 운영한 경험이 있고 리얼리티 TV쇼에 출연해 인기를 얻었기 때문에 외모를 중시하는 것은 그다지 이상할 것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사람의 내실보다 겉모습을 중시하는 발언을 남발하는 것은 유권자 표를 모으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CNN이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과 트윗을 분석한 결과 2017년 취임 첫해에 ‘잘생긴(good-looking)’ 또는 ‘대단히 멋진(great-looking)’ 단어를 4차례 사용했다. 그러더니 2018년부터 2019년 중반까지는 31회로 급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외모에 대한 트럼프의 과도한 관심이 제복을 입은 남성에 대한 열등감에서 비롯됐다고 전했다. 그가 외모를 칭찬한 대상들은 대부분 경찰, 군인이고 강인한 남성적 분위기를 풍긴다.
2015년 트럼프 전기를 쓴 작가 마이클 단토니오는 “트럼프는 누군가를 고용할 때도 외모를 최우선시한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의 부편집장 밥 우드워드의 책 ‘공포’에 따르면 트럼프는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맥주 판매원 같아 보인다”고 말했다. 맥매스터의 후임으로 존 볼턴을 임명할 때에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콧수염 때문에 망설였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한편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50억 달러 규모의 국경장벽 건설 예산 요청을 철회하고 이를 총기규제 정책에 전용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하원의원 5명도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본회의를 조기에 소집해 총기규제법을 표결에 부칠 것을 공화당 지도부에 촉구했다고 WP가 13일 보도했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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