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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대한민국 국민이지만…광복절이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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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이자카야 등 日 식당…“재료도 사람도 韓, 선의의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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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자카야를 했는지 후회도 들죠, 일본 사케나 맥주는 이제 더 발주하지 않습니다. 요 몇 년간 이렇게 힘든 적이 없었어요. 소상공인 입장에서 사실 광복절이 두렵습니다.'

서울 합정역 인근에서 이자카야(일본식 선술집)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상황에 대해 이같이 토로했다. 일본 불매운동이 확산하자, 한국인이 운영하는 이자카야, 일식집, 라멘집까지 그 여파가 미치고 있는 탓이다. 한 가게는 '국내산 재료만을 사용합니다.', '한국인 점원만 일하고 있습니다.', '일본 주류는 당분간 판매 중단 합니다.'라는 안내 문구까지 입구에 써 붙였다.

최근 이들 가게는 반일(反日) 불매운동의 직격탄으로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A씨는 '일본 불매운동 전 평소 매출과 비교해 20~30% 가까이가 줄었다'라며 '단골 손님들은 사정을 아니, 오히려 위로를 해주며 찾아주지만, 새롭게 오는 젊은 층 손님들이 종적을 감췄다'라고 말했다. 그는 '가게에서 사용하는 식재료 80% 이상이 국내산'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인근의 다른 이자카야도 상황은 마찬가지. 점주 B씨는 '평소 광복절 연휴는 손님들이 많이 찾는 대목으로 꼽혔지만, 올해는 (불매운동으로) 광복절에 '문을 열어야 하나'라는 고민이 들 정도'라며 '가게 인테리어를 바꾸는 것도 고민 중'이라고 했다. 타 호프집 등 일반 주점도 일본 주류를 심심치 않게 팔지만, 유독 이자카야만 일본식 인테리어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탓이다.

B씨는 '한일 갈등이 쉽게 풀릴 것 같지 않다'라며 '어려운 사정에 돈이 더 들겠지만, 목조풍은 유지하면서 한국식 선술집으로 바꾸는 것도 내심 생각하고 있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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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의 한 일식집 점주는 불매운동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얼굴이 어두워졌다. 점주 C씨는 '언론에 노출되는 것조차 조심스럽다'면서 '최근엔 인식이 달라져 선의의 피해자를 생각하는 분들도 늘어 다행'이라면서 '현명한 불매운동을 부탁드릴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에는 국내 소상공인 피해를 고려하는 '똑똑한' 불매운동 등의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서울 용산 이촌역 부근 '재팬타운'의 일식당 점주들도 상황이 어렵다며 소비자들의 이해를 구하고 있다. 한 일본풍 숯불구이 전문점은 점심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의 발길은 거리에서 멈췄다. 이곳 점주에 따르면, 2000년 개업 이후 이렇게까지 타격이 심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10개가량의 테이블이 모두 빈 채로 덩그러니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종업원은 '원래 이 시간대면 절반가량은 차곤 했는데, 불매운동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주변에 거주하는 일본인 손님들도 가게를 찾곤 했는데, 이젠 한국인들 눈치가 보이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한국 사람 잘 되자 불매운동 하는데, 도리어 한국 사람이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끝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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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카야, 일식집 등 점주들은 광복절 이후 일본 불매운동이 감정적인 방향으로 치우쳐지진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일본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참배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반일이 순식간에 혐일로까지 번질 가능성은 농후하다. 광복절을 기점으로 불매운동이 '범국민 운동'으로 규모가 훨씬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촌역 인근에서 한 일식 가게를 운영 중인 점주는 '한순간에 중식으로 가게를 바꿀 수도 없고 참 난감하다'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한다면 버티기 힘들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겠나'라며 '뜻하지 않게 피해자가 되는 일부 소상공인도 생각을 해 주시길 바랄 뿐'이라고 호소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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