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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EBS 캐릭터는 고리타분? 편견 격파 중인 ‘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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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펭수의 화법은 직설적이다. 배경음악으로 동요 대신 대중가요를 사용한다. 임문식 PD는 “처음에는 파장이 있지 않을까 걱정을 했다”며 “생각보다 회사와 학부모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E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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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로로 선배를 이기기 위해 EBS에 온 겁니다.”

포부가 당돌하다. 국민 캐릭터로 15년 넘게 자리매김한 ‘뽀느님’에게 도전장을 내밀다니. 그러나 허풍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지난달 27일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열린 사인회에선 예상보다 많은 인원인 150여명이 전국 각지에서 몰려왔다. 지난 4월 첫 방송한 EBS ‘자이언트 펭TV(펭TV)’의 주인공인 펭수. 프로그램명이 암시하듯 키 210㎝에 달하는 거구의 펭귄이다. 나이는 10세이며 최고의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EBS 연습생이다.

초등학생 사이에 펭수가 인기를 끌고 있다. 천방지축이면서도 꿈을 향해 노력하는 모습이 어린이의 공감을 이끌고 있다. 방송 시작 한 달 만에 유명 드라마처럼 연속 재방송이 편성됐을 정도다. 프로그램과 함께 만들어진 유튜브의 ‘펭TV’ 구독자는 2만명에 육박한다. 자녀를 따라 ‘펭TV’를 보게 된 학부모까지도 펭수 ‘덕후(열렬한 팬)’를 자처하고 있다.

제작진도 펭수의 높은 인기를 예상하지 못했다. 다른 방송사에 비해 EBS의 시청률은 크게 낮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펭TV’는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 중간에 삽입되는 프로그램이기에 정확한 시청률을 알긴 더욱 어렵다. 유튜브 구독자 수로만 인기 정도를 가늠할 수 있을 뿐이다. 5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펭TV’의 이슬예나 PD는 "지난달 사인회를 준비할 당시 100명도 채 안 올 것이라 예상했는데, 이른 오전부터 기다린 분도 있었다”며 “한 어머니는 자신이 팬이라며 펭수 성대모사까지 자진해서 했다. 높은 인기를 체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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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수가 지난달 27일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사인회를 진행하고 있다. 그를 보기 위해 부산에서 올라온 가족이 있었을 정도로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E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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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EBS 캐릭터와의 차별성이 인기 비결이다. ‘펭TV’는 캐릭터의 밝은 모습만 과장해 보이려 하거나 도덕적 교훈을 가르치지 않는다. 펭수는 희로애락을 적극 표현하고, 인터넷 신조어를 거리낌 없이 사용한다. 랩과 비트박스에도 소질이 있다. 또래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 초등학생의 호감을 산 것이다. 이 PD는 “이상적이고 착한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것만이 교육적이라고 볼 수 없으며, 오히려 초등학생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라고 밝혔다. 그는 “처음에 타이틀 음악이 동요처럼 나와 힙합으로 바꿔 달라 요청했다”며 “요즘 어린이 취향이기에 유해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펭수는 최근 EBS를 감돌고 있는 위기감 속에서 탄생했다. 성인들처럼 어린이도 TV 앞을 점점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초등학생 사이에서 EBS는 미취학 아동이 보는 채널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유치하다는 이유에서다. 제작진 조사 결과 어린이가 많이 보는 방송은 MBC ‘나 혼자 산다’ 등 어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었다. 이 PD는 “시청자는 낮은 연령을 타깃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보지 않는다”며 “어른도 좋아하는 어린이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펭TV’에서 펭수 매니저로도 출연 중인 박재영 PD는 “EBS가 가진 고리타분한 이미지를 비켜 나간 점이 좋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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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영 PD(왼쪽)는 우연치 않은 기회에 ‘펭TV’에 출연하게 됐다. 박 PD는 “첫 촬영 당시 펭수가 제작진 부르는 신호를 ‘매니저’로 정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자주 도움을 요청하게 됐고, 재미까지 있어 출연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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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을 쓰고 펭수를 연기하는 배우의 정체는 극비다. 온라인에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제작진은 모두 아니라고 단언했다. 장신의 연기자라는 것만이 유일한 힌트다. 펭수가 큰 키를 가지게 된 이유기도 하다. 이 PD는 “원래 탈 인형 연기자 키는 160㎝를 넘지 않는 게 불문율”이라며 “펭수 연기자를 처음 만났을 때, 캐릭터 소화가 정말 좋았다. ‘자이언트’ 펭수가 된 것도 그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 PD는 “보통 체력 문제로 탈 인형 목소리는 따로 녹음하는데, 펭수는 연기하면서 대사까지 한다”며 “펭수와 혼연일체가 된 연기자에 감사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펭수의 목표는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처럼 유명해지는 것이다. 많은 초등학생이 장래희망으로 1인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것과 닮아 있다. 최근에는 유명 유튜버인 흔한남매, 이말년 등과 컬래버레이션도 했다. 이 PD는 “우선 펭수를 활용한 굿즈(상품) 제작을 하고 싶다”며 “유튜브 채널을 통해 펭수를 지속적으로 알리며 팬덤을 쌓아 나간 다음, 이를 토대로 캐릭터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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