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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사설] 폭염과 사투하는 건설ᆞ산업 현장, 기본 규칙만이라도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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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1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가 기자회견을 열고 건설현장 폭염 실태 폭로 및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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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피해를 막기 위해 물, 그늘, 휴식을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는 정부 권고가 건설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한여름의 연쇄살인’이라는 폭염에 대비하는 자세가 이래서는 희생자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건설노조는 13일 건설 현장의 폭염 대비 실태에 관한 노동자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에 따르면 기온이 35도를 넘을 경우 가장 더운 시간대인 오후 2∼5시에는 작업을 중단하라는 고용노동부 권고를 지키지 않고 일을 계속한다는 응답이 78.0%에 달했다. 특히 폭염 기간 자신이나 동료가 실신 등 이상 징후를 보인 적이 있다고 답한 노동자도 56.0%나 됐다.

지구촌의 기후변화로 기온이 점차 상승하면서 폭염은 이제 사회적 재난이 되고 있다. 하지만 건설현장 등에서는 노동자들이 그늘 한 점 없는 땡볕에서 체감온도가 50도에 육박하는데도 적절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다. 옥외장소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그늘진 휴식 장소를 제공해야 한다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간단한 규칙조차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 8월부터 시가 발주한 건설현장에서는 35도가 넘으면 실외작업을 중단하도록 했다. 임금은 깎지 않는 조건이라 예산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공공 공사부터라도 이 같은 방식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온열질환자와 폭염 사망자에 대한 집계 방식도 개선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누적 온열질환자가 1,455명, 사망자가 8명에 달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폭염 사망자가 보건당국의 집계보다 최대 20배에 이를 것이라는 것이 서울대 예방의학교실의 분석이다. 2016년의 경우 질병관리본부가 폭염에 의한 사망자수를 17명으로 집계했으나 실제로는 343명이 폭염 때문에 숨졌다고 한다. 폭염 노출 후 열 스트레스나 뇌졸중 등으로 이어져 숨진 경우는 보건당국의 통계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폭염이 오면 망치질하던 동료가 갑자기 쓰러지고, 하늘이 노랗게 보일 때가 많다는 노동자들의 절규를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앞으로 여름철마다 폭염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부 차원에서 산업현장의 폭염에 대한 인식과 관리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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