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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서울서 총선 바람 일으킬 생각 않고...” 고향行 잠룡에 한국당 내서 눈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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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ㆍ김태호ㆍ김병준 등 당세 강한 영남권서 ‘몸풀기’
한국일보

왼쪽부터 김병준 자유한국당 전 비상대책위원장, 김태호 전 경남지사, 홍준표 한국당 전 대표.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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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중량급 인사들이 앞다퉈 ‘고향’으로 향하고 있다. 내년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행보다. 의미있는 곳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는 각오지만, 잇단 고향행(行)을 바라보는 당내 시선은 곱지 않다. 수도권에서 힘겨운 승부가 예상되는 만큼 당의 유력 자원들이 나서서 ‘바람’을 일으켜줘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홍준표 한국당 전 대표는 14일 고향 경남 창녕군에서 열린 함안보 해체 반대 궐기대회에 참석했다. 지난해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대표에서 물러난 지 1년 2개월여 만이다. 그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 같은 계획을 전하면서 “1996년 2월 정치를 시작하며 신한국당에 입당할 때 그 마음으로 내 정치인생에 대한 마무리 작업을 시작한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밀양·의령·함안·창녕을 지역구로 둔 엄용수 한국당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이날 항소심에서도 징역 1년 6개월, 추징금 2억원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에서 형량이 확정될 땐 의원직이 상실되는 만큼, 홍 대표가 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몸풀기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태호 전 경남지사도 최근 자신의 고향인 경남 거창을 오가며 표밭을 다지고 있다. 올해 초 전당대회 출마를 고심하다 뜻을 접은 그는 이 지역에서 3선 도전의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대구 출마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된다. 대구에서 나고 자란 그는 지난 6월 미국에서 돌아온 뒤 첫 일정으로 영남대 강연에 나서는 등 현지에서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잠재적 대선주자들이 총선을 앞두고 고향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원외로서 지역연고로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읽힌다. ‘재시작’이란 상징성도 있다.

그러나 하나같이 당세가 강한 영남권으로 몰려가는 데 대해 안팎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이들은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텃밭부터 지켜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서울 강북갑이 지역구인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총선 승패는 당의 간판급 인물경쟁력이 중요한 만큼 인지도 높은 인사들이 서울에 나와 바람을 일으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중진 의원은 “수도권 선거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면서, 정작 ‘내 지역은 내가 아니면 빼앗긴다’는 식으로 안전한 곳에 숨겠다는 게 당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분위기를 바꾸려면 당장 황교안 대표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한 재선 의원은 “당대표부터 ‘서울에서 싸우겠다’고 선언해야 수도권 승부를 설득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며 “본인은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안전하게 가려고 한다면 원내에 진입하더라도 대표로서 존경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황 대표는 이날 “저희 당이 총선에서 이기는 방법이라면, 당원들이 바라는 것이라면, 국민 뜻에 합치하는 길이라면 어떤 길이라도 십자가라도 지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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