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독립유공자 3%…역사서 지워졌다는 지적도
광주자고등보통학교생 박기옥(왼쪽)과 동교생 이광춘/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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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가연 인턴기자] 15일 제74주년 광복절을 맞이한 가운데,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국가보훈처는 광복절을 기념해 여성 독립운동가인 박기옥 선생과 최현수 선생을 포함한 178명의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를 포상한다고 밝혔다.
국가보훈처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1949년 포상이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독립유공자 포상자는 건국훈장 1만1014명, 건국포장 1308명, 대통령표창 3367명 등 총 1만5689명이다.
그러나 이 중 여성은 444명으로, 전체의 3%에도 미치지 못한다.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역사에서 지워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포상하기로 밝힌 독립운동가 중 ‘광주학생독립운동의 도화선’이라고 불리는 박기옥 선생은 1929년 10월 광주여자고등보통학교 재학 당시 등교하던 중 나주역에서 일본인에게 희롱을 당했다.
이 사건은 광주학생운동의 도화선이 됐으며, 전민족적 항쟁으로 번졌다. 선생은 다음해 1월 시험거부 백지동맹 등 학내 항일시위에 참여했다가 학교 측으로부터 퇴학 처분을 받기도 했다.
함경남도 원산 출신인 최현수 선생은 이화여자고등보통학교 3학년으로 재학 당시 광주학생운동 동조시위에 가담해 항일격문을 필사하는 등 다른 학생들과 함께 만세시위를 준비하다 체포돼 옥고를 치렀다.
1930년 1월15일 기록된 일제 정보보고에 따르면, 최현수 선생은 “광주에서 일어난 학생사건에 관하여 현재 전국적인 문제로 부상하여 모든 학교에서 이에 동정하여 동맹휴교를 하고 있으나, 이화학교만이 아무런 운동도 하지 않는 것은 면목이 없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사회에서 배일학교로서 숭배를 받아온 체면을 유지하는데 있어서도, 이러한 때에 반드시 뭔가 운동을 하지 않고서는 참을 수 없다”고 시위에 가담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선생과 함께 동조시위에 참여했다 고초를 겪은 최복순, 최윤숙, 김진현 선생에게는 이미 대통령 표창 추서된 바 있다.
그럼에도 여성 독립운동가가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다는 지적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광주학생운동의 진원지인 일제강점기 나주역사(전라남도기념물 제183호 구 나주역사)/사진=연합뉴스 |
대학생 A 씨는 ‘여성 독립운동가 하면 누가 생각나는가’라는 질문에 “유관순 열사밖에 떠오르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A 씨는 “고등학교에서도 유관순 열사 외에는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해서는 배운 게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30대 직장인 B 씨는 "매년 광복절을 맞아 독립운동가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조명이 아쉽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기록이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여성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조명이 아쉬운 가운데, 이들이 독립운동에 참여한 기록은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 2013년 발표된 ‘한국 여성독립 운동가의 보훈예우 현황에 관한 분석’ 논문(심옥주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장)에 따르면, 일반여성의 독립운동 참여에 관한 자료는 부재한 실정이고 여성의 활동이 자료로 기록되거나 문서화되지 못했다.
독립운동가 포상 기준을 개선했음에도, 독립운동가로 활동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없기 때문에 발굴하기가 힘들다는 해석이다.
논문은 "여성의 사회활동변화, 항일운동에 이르기까지 여성은 대부분 남성과 평등한 관점에서 대우받지 못했고 교육의 기회가 부여되지 못해 여성활동가의 기록은 부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18년 교과서 기준 독립운동가 수록현황’에 따르면, 중·고등학교 검정 역사교과서에 실린 독립운동가와 근현대사 인물 208명 중 여성은 7.7%인 16명에 불과하다.
특히 남성 독립운동가와 근현대사 인물 192명이 1355회 언급된 반면, 여성 독립운동가 및 근현대사 인물은 38회 언급됐다. 또, 중학교 역사교과서 중에는 여성독립운동가가 아예 수록되지 않은 것도 있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대한민국 독립의 역사에서 여성의 역할이 상당했음에도 역사교과서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독립운동 최전선에서 분투한 여성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합당한 재조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가연 인턴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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