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직장인들이 반려동물을 기르면서, 직장 생활 중에도 집안의 반려동물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IP(인터넷 프로토콜) 카메라를 설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고화질 영상 촬영이 가능하고 반려동물 상태를 언제 어디서든 확인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다만, 해킹으로 인한 사생활 침해 우려도 나온다.
14일 반려동물업계에 따르면 최근 반려동물을 키우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IP 카메라가 필수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직장 생활 때문에 최소 9시간 동안 밖에 있는 직장인들이 반려동물의 상태가 걱정돼 IP 카메라를 구매하는 것이다.
직장인 A(38)씨는 "원래는 해킹 우려 때문에 IP 카메라를 구매하지 않아왔다"며 "하지만 최근 생후 4개월 남짓의 고양이를 데려오면서 밥은 잘 먹는지 걱정이 돼 IP 카메라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KB금융그룹의 ‘2018 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는 전체 가구의 25.1% 수준으로 약 502만 가구다. 이 중 약 60%가 집에 혼자 있는 반려동물을 위해 IP 카메라 같은 IoT(사물인터넷) 시스템을 설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G(세대) 이동통신으로 모든 것이 연결돼 IoT가 대중화되면, IP 카메라는 반려동물뿐 아니라 보안 등을 위해 필수 제품이 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 앤 설리번에 따르면 국내 영상보안 장비 시장은 2021년 26억달러로 연평균 25.8%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중 IP 카메라는 30.2% 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 반려묘 양육가구가 거실에 설치한 IP 카메라에 잡힌 고양이의 모습. /독자 제공 |
문제는 해킹으로 인한 사생활 침해다. 반려동물용 IP 카메라는 보통 안방이나 거실 등에 둔다. 고양이 같은 경우 활동반경이 넓기 때문에 집안 전체에 IP 카메라를 설치하는 경우도 있다. 안방에 설치한 IP 카메라가 해킹될 경우 주인의 사생활 침해로도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지난해에는 반려동물용 IP 카메라를 범행 대상으로 삼은 범죄가 벌어졌다. 지난해 11월 경찰청 사이버성폭력 수사팀에 따르면 국내에서 반려동물용 IP 카메라를 해킹해 사생활 엿보고 불법 촬영한 일당이 붙잡혔다.
이들이 엿본 카메라는 2912대, 녹화 영상은 2만7328개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반려동물 모니터링 정보를 공유하는 사이트 회원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사이트의 회원 데이터베이스를 해킹해 1만5854명의 회원정보를 빼냈고, 이후 3만9706회에 걸쳐 여성의 나체와 성관계 장면 등을 녹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IP 카메라를 제작하는 업체들은 소프트웨어 보안 강화 등 여러 방안을 강구 중이지만, 완벽한 보안은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보안업계는 초기 비밀번호 변경 같은 간단한 방법으로도 해킹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해킹 당하는 사례를 보면 초기 비밀번호를 바꾸지 않은 경우가 상당수라는 게 보안업계 설명이다.
SK인포섹 보안전문가 그룹 이큐스트의 김태형 랩장은 "사실 IP 카메라는 개인이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조사 측에서 해킹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IP 카메라는 관리자 페이지가 별도로 존재하는 데 그곳에서 권한 설정이나 접근 설정을 통해 초기 비밀번호 등을 바꾸면 보안 효과를 볼 수 있다. 주기적으로 비밀번호를 바꾸는 등 개인의 보안 인식이 강화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별 기자(ahnbyeol@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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