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연계 파생상품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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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금리 파생 상품에 584억
일 년 새 476억 허공에 날려
초고위험 상품 투자 도마에
수익보다 안정성 담보 우선
전반적 프로세스 점검 시급
금리연계형 DLS 상품
금융권 전체 1조원대 판매
최대 9000억원대 손실 예상
투자자 일부는 손배소송도
당국 불완전 판매 조사 나서
선진국 금리와 연계한 파생결합증권(DLS) 상품에서 수천억원대 손실이 예고돼 금융당국이 조사에 나선 가운데 고용노동부가 위탁운영하는 고용보험기금도 해당 상품에 투자해 81%의 손실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기금이 투자한 상품은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만든 DLS에 투자한 펀드로 584억원을 투자해 476억원의 손실을 봤다.
1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실에 따르면 고용기금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와 연계된 ‘한국투자금리연계사모펀드16호’와 ‘현대인베금리연계사모펀드4호’에 각각 314억3000만원과 270억4000만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두 펀드의 수익률은 각각 마이너스 77.2%와 마이너스 86.2%를 기록해 총 476억6000만원의 손실이 확정됐다. 두 상품은 독일 국채 금리가 0% 이상이면 수익이 5~6% 발생한다. 그러나 금리가 마이너스 0.1% 밑으로 내려갈 때부터 원금의 20%가 손실되기 시작해 마이너스 0.5% 이하부터는 원금 전액을 잃게 된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회보험 성격의 기금은 무리하게 수익률을 높이려 하기보다 투자의 안정성을 강화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금 통째 날릴 수도 있는데…사회보험까지 ‘위험한 베팅’
독일·영국·미국의 금리연계형 파생금융상품의 손실 사태가 고용노동부가 관리하는 고용보험기금으로까지 번져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고용기금이 투자한 상품은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만든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한 펀드로 1년 새 584억원을 투자해 476억원의 손실을 봤다. 이 펀드는 기대 수익률이 최대 연 6%지만, 상품 계약 시 설정한 금리를 벗어나면 원금 전체를 잃는 초고위험 상품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은행권을 중심으로 판매된 DLS 상품의 규모는 1조원을 넘으며, 현재까지 수천억원대의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고용기금의 경우 사회보험인 만큼 수익보다 안정성을 담보할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DLS 상품은 독일 국채 금리 등이 기준선을 넘으면 수익이 나지만 기준선 밑으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발생하고 끝내는 원금 전액을 잃게 되도록 설계돼 있다. 그러나 당초 기대와 달리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금리가 하락하자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올해 3월 마이너스 0.18%에서 내리막을 보이다 이달 13일 마이너스 0.60%까지 하락했다. 금융권에서는 영국과 미국 금리도 오를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손실 우려가 커지면서 이 상품을 판매한 은행들이 손실 위험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투자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이 전 금융권을 상대로 실태 조사에 나서기로 한 상태다. 금융감독원은 DLS 민원이 제기된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을 중심으로 조사할 예정이었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금융권 전체로 조사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투자자 중 일부는 “은행의 불완전판매로 손해를 봤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해 향후 공방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피해 규모가 최대 90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노동부도 지난해 7월 해당 상품에 투자할 당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돼 글로벌 채권금리가 상승 추세에 있었고, 독일 경제도 호조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미·중 무역분쟁 심화로 글로벌 채권 금리의 낙폭이 확대되는 등 금융시장이 출렁이면서 예상치 못한 손실을 보게 된 것이다.
노동부는 고위험 상품 투자에 대한 전반적인 프로세스를 점검해 대책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이날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리스크관리위원회 회의를 열고 금융시장 상황 등을 점검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고위험상품군은 첫 투자선정부터 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 리스크를 좀 더 세밀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의견을 모았다”며 “세부 기준 등은 운용사 등과 논의를 거쳐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애초에 사회보험성 기금을 고위험 투자상품에 투자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사회안전망의 보루로 쓰이는 고용기금이 그간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이른 시일 내 투자의 안정성을 높이는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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