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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모자의 비극이 드러낸 복지의 민낯…우리는 어디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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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임대아파트 월세 16개월 밀려도 지자체 몰라…지원 신청 안해

"복지제도 몰랐을 가능성…수급자 제외 경험에 신청 포기했을지도"

연합뉴스

최근 숨진 채 발견된 탈북 모자가 살던 집앞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탈북민 모자가 아사(餓死, 굶주려 죽음)로 추정되는 비극이 일어나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국민의 기초적인 생계 보장도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자가 최근까지 받은 정부 지원금이 양육수당 월 10만원뿐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들이 복지 제도를 이용하지 못한 경위에도 관심이 쏠린다. 경위가 어떻든 도움이 꼭 필요한 사람이 지원에서 누락되는 일이 없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15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한 임대아파트에서 탈북자 한모(42)씨와 아들 김모(6)군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사망한 지 2개월가량 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발견 당시 집에 식료품이 다 떨어져 있었다는 점에 주목해 아사 가능성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한국에 온 한씨는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 출소 후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인정돼 생계비 지원을 받았다. 그러나 이듬해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일정 소득이 생겨 수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한씨가 숨진 시점까지 돈벌이가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한씨 모자의 집에 식료품이 거의 없었고 월세도 16개월이나 밀린 점으로 미뤄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한씨는 양육수당 월 10만원 외에는 정부 지원금을 전혀 못 받고 있었다.

한씨가 일정한 수입이 없었을 경우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었던 지원 제도로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한부모 가족 지원 제도, 긴급복지지원 제도 등이 있었다.

기초수급자로 인정될 경우 생계급여 명목으로 매월 87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었다. 한부모 가족 지원제도 대상자로 인정됐다면 월 20여만원 지원도 가능했다.

긴급복지지원제도는 주 소득자의 사망이나 이혼 등 갑작스러운 위기 사유가 발생 필요했을 경우 접수 후 48시간 내로 2인 가구 기준 생계지원금 75만원을 지급한다.

관악구청에 따르면 한씨는 이같은 정부 지원제도를 신청하지 않았다. 구청 관계자는 "한씨가 복지지원 제도를 신청하지 않은 이유는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씨가 제도 자체를 알지 못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홍정훈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는 "탈북자들의 경우 정착 초기 지원체계를 안내받지만, 이후 복지제도에 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 놓이기 쉽다"며 "그 결과 사회적 위기에 쉽게 내몰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홍 간사는 "고인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급한 공공임대아파트에 살면서 상당 기간 월세를 체납했지만, 공사 측은 해당 사실을 지자체에 알리지 않았다"며 "지자체가 위기가구 발굴과 사례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전달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씨가 정부 지원제도를 알았더라도 과거 수급자에서 제외됐던 경험이 있다면 지레짐작으로 재신청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한씨는 소득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비 수급이 중단된 경험을 했다"며 "이런 경험을 한 수급자 중에는 실제로 정부 지원이 필요하지만 '어차피 선정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해 재신청하지 않은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김 활동가는 "구두상담 결과 수급 신청이 거절돼 서류상에 수급 신청 이력이 없었을 가능성도 있다"며 "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를 신청하려고 상담했지만, 근로 능력이 있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거절당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김 활동가는 "근로 능력 보유 여부와 상관없이 저소득층의 기본적인 생계를 보장하는 것이 복지제도를 설계하고 사회를 만든 목적이자 이유이지만, 현실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같다"며 "모든 국민에게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한다는 것이 선언에 그치는 일이 되풀이돼 안타깝다"고 했다.

kc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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