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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8 (금)

[ESC] 트럼프 식단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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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불가능 성격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햄버거·치킨·피자 즐겨···버거 광고도 찍은 그

샌드위치·브로콜리 즐긴 버락 오바마

자기 통제력 뛰어난 리더로 알려져

처칠·히틀러·부시·닉슨·클린턴·사르코지 등

역사 속 인물들 식탁엔 비밀이 있어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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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마이클 부스는 여행과 음식, 문화에 관한 글로 이름을 알린 영국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입니다. 그가 북유럽 5개국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파헤친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은 2016년 영국 여행작가협회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며 여러 나라에 번역돼 출간됐습니다. 그가 이번엔 음식을 화두 삼아 세계 문화와 역사, 정치를 해석한 글로 독자님을 격주에 한 번씩 찾아갑니다.



한겨레

도널드 트럼프를 두고 ‘예측 불가능한 캐릭터’라고 말한다고 해도 전혀 무리는 없을 것 같다.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이 지면에 실리기까지 며칠 상간에도 그는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 룩셈부르크 침략이 됐든 북한과의 미사일 협상이 됐든, 누가 알겠는가.)

트럼프 대통령은 충동적이고, 지나치게 민감하며, 편집증적인 데다, 걸핏하면 발끈하고, 자기 통제력이 부족하며, 참을성 없고 공격적인 인물이다. 그는 또한 비만한 게 확실하며, 그렇게 진단받은 첫 대통령이기도 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날마다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약 10㎎, 심장 건강을 위한 아스피린 81㎎, 탈모 약 1㎎을 복용한다고 한다. 한국에 뚱뚱한 대통령이 있었던 적이 있는가? 내가 아는 한, 없는 것 같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우리가 먹는 게 곧 우리 자신이 된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트럼프의 식단을 두고도 이 문제를 이야기해볼 수 있지 않을까? ‘닥터’ 마이클 부스가 지금부터 진단을 해보겠다.

보도된 바에 따르면 트럼프는 햄버거, 치킨, 피자 등등 패스트푸드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고 한다. 에어포스원에 탄 채 햄버거 빅맥과 포테이토 칩을 먹으며 심각한 표정으로 국정을 구상하기도 하고,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와 만났을 때도 골프를 친 뒤 육즙이 뚝뚝 떨어지는 패티에 두께가 10㎝는 넘어 보이는 햄버거로 만찬을 즐겼다. 붉은 고기도 좋아하는데, 자기 소유의 스테이크 브랜드인 ‘트럼프 스테이크’(미국에서 생산했으니, 유기농 목초를 먹여 기른 가축일 리가 없다)도 종종 즐겼으며 바짝 익힌 것(well-done)을 선호한다. (발암물질에 주의하시길, 대통령님!) 심지어 몇 년 전에 그는 맥도널드 텔레비전 광고를 찍기도 했다. 디저트로는 듬뿍 떠낸 체리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고. (에어포스원에 초과 수하물 금지 조항 따위는 없기를 바란다.)

체중을 논외로 하더라도, 이런 식단은 상당히 변덕스러운 에너지 준위(원자나 분자가 갖는 에너지의 값 또는 그 상태)를 야기하기 쉽다. 설탕을 많이 섭취하다 보면 몸속 에너지가 급격히 상승하고, 그에 값하는 강력한 에너지 충돌이 뒤따르는 것이다. 그러니 트럼프의 음식들이 행복하고 균형 잡힌 사람의 식단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고금을 아울러 다른 세계 지도자들과 비교해보면 어떨까?

이상적으로 생각할 때 여러분은 지도자가 채식주의자여서 우리를 부드럽게 다뤄주길 바랄 수도 있겠다. 간디처럼. 그런 상상을 하는 당신에게 찬물을 끼얹는 사실이 있는데 아돌프 히틀러도 채식주의자였다는 점이다. 그는 채식을 했지만, 동물에 대한 연민과는 거리가 멀었다. <포크를 생각하다>의 저자 비 윌슨에 따르면 히틀러는 우크라이나 도살장 사진 같은 것을 식사 자리에서 꺼내 사람들에게 보여줌으로써 그들의 식욕이 멀리 달아나는 걸 즐기기도 했다. 그러니까 채식이 왕도는 아닌 듯하다.

트럼프를 앞서 미국 대통령을 지낸 이들은 어땠을까? 리처드 닉슨이 좋아했던 음식을 보면 그 사람의 성정과 판단력을 완전히 간파할 수 있다. 그는 코티지 치즈(가벼운 맛의 생치즈)와 토마토케첩을 뿌린 파인애플을 사랑했다. 조지 부시는 프레즐을 숨이 막힐 지경이 될 때까지 먹었다. 그의 지성을 매우 분명하게 보여주는 특징이다. 위대한 자제력의 소유자 버락 오바마는 예상할 수 있다시피, 먹는 데서도 자기 통제력을 발휘했다. 점심으로는 보통 샌드위치를 먹었고, (부시 대통령이 안 먹겠다고 물리친 거로 널리 알려진) 브로콜리 같은 걸 주문하기도 했다. 빌 클린턴이 비건(채식주의자)인 건 맞지만, 그렇게 된 것은 2010년부터다. 대통령을 지낸 시절에는 빅맥으로 링거를 맞으며 연명했다고 모든 사람이 입을 모아 말한다. 이렇게 보면 대통령들의 취향도 참 다양하다.

그렇지만 적어도 우리는 도널드 트럼프가 술을 전혀 안 마신다는 점에 고마워해야 한다. 술 취한 트럼프라니, 생각만 해도 무시무시하지 않은가. 현재 미국 대통령은 술을 절대로 입에 대지 않으며 다이어트 콜라를 주로 마신다. 그렇지만 일반 콜라보다 다이어트 콜라가 딱히 더 좋은지도 모르겠고, 지금 생각해보면 술을 일절 안 하는 게 반드시 리더의 바람직한 특성이라고 할 수도 없을 듯하다.

가령 윈스턴 처칠은 스틸턴 치즈(영국 더비셔 주 등에서 생산되는 고급 치즈로 내부에 마치 대리석 무늬처럼 청색이나 회색의 푸르스름한 곰팡이가 피어 있다)와 굴, 로스트 디너(구운 고기와 채소, 푸딩 등을 곁들인 전통 영국식 메뉴)와 딸려 나오는 아이스크림을 즐겼던 미식가로 유명하다. 그런데 그는 사실 오늘날 ‘고기능 알코올 의존증(일상생활에 눈에 띄는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 알코올 의존증)’이라 부르는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매일 샴페인을 한 병씩 마셨다. 그것도 아침 식사에. 보리스 옐친 러시아 전 대통령은 혈액의 절반이 보드카였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에트 연방이 더 큰 자유와 개방의 시대로 들어서는 데 공을 세웠다.

한편 음주를 하지 않았던 인물로는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이 있다. 그는 와인조차 입에 대지 않았지만, 절제와는 거리가 멀었다. 연예인과의 염문으로 재임 중 이혼을 한 최초의 대통령이자 역사상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으로 임기를 마무리했다. 아 참, 사르코지가 “진지하게 사귀고 있다”고 밝힌 후 재혼한 연예인은 이탈리아 이민자 출신의 인기 모델이자 가수인 카를라 브루니다. 브루니는 수십 년 전 트럼프와도 가까운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처럼 술을 일절 입에 대지 않았던 사람이 한 명 더 있는데 누구인 줄 아는가? 아돌프 히틀러다. 물론 그의 과도한 금욕적인 이미지는 실제보다 부풀려졌으며 선전 장관이었던 괴벨스가 주도면밀하게 만들어낸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말이다.

한겨레

마이클 부스(푸드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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