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 실태조사서 ‘강제동원’ 등 사례 증언
‘피해자지원법’, 의료지원금 증액 등 지원책 마련 필요
대일항쟁기 당시 여자근로정신대로 동원된 생존 피해자들이 실태조사에 나선 경기도의회에 강제동원 실상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사진은 김세은 변호사(사진 왼쪽)가 지난 1월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해마루 입주빌딩 로비에서 ‘후지코시 상대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 판결’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모습./© 뉴스1 photole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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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뉴스1) 송용환 기자 = “유학 가는 것으로 알았는데 일본 공장에서 월급도 못 받고 일했어요.”
“비행기 부품 제작과정에서 손가락 끝이 잘리는 사고를 당했지만 주변 일본인들이 손가락을 가지고 장난을 했다.”
대일항쟁기(1910년 8월29일 ~ 1945년 8월15일) 당시 여자근로정신대로 동원된 생존 피해자들이 실태조사에 나선 경기도의회에 강제동원 실상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는 일본 군수공장 등으로 강제 동원돼 강제노역 피해를 입은 13~15세의 소녀들이 대부분으로, 도내에는 올 7월 현재 22명이 생존해 있다.
도의회 유일 교섭단체인 더불어민주당은 올 2월 김경희(고양6) 부대표 제안에 따라 일본군 위안부에 비해 관심을 받지 못했던 ‘강제동원 피해 여성근로자’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했고 최근 완료했다.
도의회는 실태조사에 나서면서 건강상 문제, 사례 공개 기피 등으로 인한 인터뷰 거부자를 제외한 10명을 대상으로 심층사례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도야마(富山)의 후지코시강재공업에서 강제노동을 한 서화자(가명) 할머니는 “경주에서 태어나 어렵지 않은 가정환경이었다. 담임선생님이 유학을 권유한 ‘학교를 통한 유학사기’로 가족의 만류에도 15세에 일본행을 결심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경주에 모인 다른 소녀들과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이동해 연락선을 타고 도야마항에 도착해 공장으로 이동했다”며 “월급을 받은 적도 없고 노동량에 비해 열악한 식사 여건으로 인해 배를 곯아가며 일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분노했다.
같은 공장에 있었던 이선녀(가명) 할머니 역시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나면서 상급학교 진학에 대한 갈망이 있었고, 학교에서도 교장선생님의 권유로 공부에 욕심이 있는 학생들을 속였다”며 “12세에 일제에 동원돼 약 2년간 노동을 했다. 새벽 4시경 기상해 24시간 교대근무 방식을 취했고 야간근로도 강행했다”고 증언했다.
15세쯤 미쓰비시중공업에서 노동을 했다는 김성주(가명) 할머니는 “동생 학교 선생님의 권유를 통해 동생, 학교 동창생들과 함께 동원됐다”며 “비행기 부품 제작과정에서 작두작업을 하다가 손가락 끝이 잘리는 사고를 당했지만 주변 일본인들이 손가락을 가지고 장난을 했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전하기도 했다.
다른 피해할머니들도 “화장실을 이용할 때도 허락을 받아야 했다” “충분하지 않은 식사로 배가 고픈 소녀들이 일본사람의 밥을 훔쳐 먹다가 발각돼 무차별적인 폭행을 당했다” “식사시간을 제외하고 저녁까지 종일 노동현장에 투입됐다” “협박에 의한 강제동원으로 면사무소 직원과 순사가 동행해 동원을 강제했다” 등의 사례를 도의회 인터뷰 과정에서 밝혔다.
하지만 이들은 강제동원 피해를 입었음에도 가족들에게 과거를 숨겨야 했고, 당시의 후유증으로 고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제적, 정신적, 사회적 어려움을 모두 겪어내야 했지만 이들에 대한 관심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비해 극히 적은 것도 이들을 힘들게 하는 것 중 하나이다.
김경희 부대표는 “지난 2015년 중단된 피해자 신고를 즉시 재개 기한에 구애받지 않고 신고를 접수해야 할 것”이라며 “또한 전국적으로 생존 피해자에 대한 심층적인 전수조사를 실시해 이분들의 상태를 파악하고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이어 “‘피해자 지원법’ 마련과 의료지원금 증액 및 지원방법 변경 고려, 피해자 지원기금 조성, 과거사 관련 진상규명과 역사교육 프로그램 마련이 절실하다”며 “도의회 민주당도 피해자들을 위해 현실적이고 포괄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조례를 개정 검토 등 다양한 방안을 실행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sy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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