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완진 독립지사 인터뷰
정완진 독립지사가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독립운동을 회고하고 있다. 서영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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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은 하나다!”
아흔살이 넘은 독립지사는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정완진(91) 독립지사는 "통일이 돼야 비로소 옳은 광복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지사는 서울 서대문구가 14일 서대문독립공원에서 주최한 ‘독립과 민주의 길’ 제막식 행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 지사는 올해 서대문구가 선정한 ‘올해의 독립지사’이다. 서대문구는 정 지사를 비롯한 30명의 독립지사 발을 동판에 새겨(풋 프린팅) '독립과 민주의 길'을 만들어 이날 공개했다.
그는 1927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1943년 4월 태극단(太極團)에 가입했다. 태극단은 대구상업학교 동문인 이상호·김상길·서상교 등이 1942년 5월 조직한 항일학생 결사체이다. 1943년 5월께 70여명(시기와 인원이 정확하지 않다고 강조)이 대구시 비파산 약수터에 모여 결단식을 했다.
태극단의 투쟁전략은 조직 확대를 통해 전국의 학교와 지역별 조직을 완성한 뒤 여론을 환기하고 본격적인 항일투쟁을 전개하는 것이었다. 국내 투쟁이 여의치 않으면 중국으로 망명해 그곳에서 항쟁할 계획이었다. 단원들은 용두산·비파산 등 비밀장소에서 학술연구토론회와 각종 체육회를 개최해 유대의식과 민족적 교양을 함양하고 체력을 단련했다. 또 궁극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군사학 연구에 정진해 군사관계 서적을 번역하고 폭발물 제조법을 연구했다.
정 지사는 “대구 신사 폭파 계획을 세웠다. 일본의 신을 모신 신사에 일주일마다 강제로 참배하라니 속이 얼마나 답답했겠나”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정완진 독립지사가 대구상업학교에 다닐 때 쓴 일기장. [사진 서대문구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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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1943년 5월 배반자의 밀고로 태극단 조직과 활동이 일본 경찰에 발각됐다. 학교에 들이닥친 일본 순사들은 발길질을 해대며 단원들과 정 지사를 경찰서로 끌고 갔다. 수시로 발로 차이고 뺨을 맞았다. 돼지도 잘 먹지 않는 콩 찌꺼기를 먹었다. 정 지사를 돌보던 외할머니는 이때 충격으로 숨을 거뒀다고 한다.
치안유지법으로 기소된 태극단 단원 중 일부는 목숨을 잃었고, 일부는 징역을 살았다. 정 지사는 기소유예 판결을 받아 그해 10월 대구형무소로 옮겨진 후 출옥했다. 정 지사는 1963년 대통령 표창, 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
그는 “당시에는 애국이라는 개념도 없었다. 부당한 것 같으니까, 답답하니까, 젊으니까, 옳다 그르다 판단해서 옳다 싶으면 그냥 하는 거였다”고 말했다. “역사란 아무리 거역해도 바로 가는 것이야.”
정완진 독립지사(지팡이 짚은 사람)가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정 지사 오른쪽)과 함께 '독립과 민주의 길'에 놓인 풋프린팅 동판을 보고 있다. 서영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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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완진 독립지사의 풋프린팅 동판. "사람이 곧 하늘이다. 역사의 신을 확신한다"는 문구가 적혔다. 서영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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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일 관계에 대해 물었다. 그는 “도저히 용서 못 할 일”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정 지사는 “과거사에 대한 사죄도 없고 아무런 보상도 없지 않나”라며 “일본 사람 전부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아베 일본 총리와 관련한 집단은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친일을 했던 한국인에 대해서도 “단 한 명도 1년 징역 살았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해방 전 같은 민족을 때리고 고문하던 사람이 독립 후 심지어 경찰서장까지 하는 걸 봤다. 과거사에 대해 사과한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역사를 정리하지 않으면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개인도 그렇지만 국가도 과거사를 정리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광복에 대해서는 “옳은 광복절은 두 가지가 완성돼야 한다”며 “1945년 해방되면서 한 가지 목적은 달성했지만, 그 뒤에 남북이 분단될지 꿈에도 몰랐다. 통일하지 않으면 진정한 광복이 아니다. 통일될 때야 비로소 옳은 광복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국은 하나”라고 여러 번 외친 뒤 “할 말 다해서 속이 시원하다”고 덧붙였다.
서영지 기자 vivi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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