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한국일보 자료사진. |
박근혜 정부 마지막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낸 천영식(54)씨가 14일 ‘세월호 7시간’ 의혹과 관련해 2016년 12월 박 전 대통령의 비공개 발언이 있었다며 일부를 공개했다. 3년이 지나 전하는 정치적 배경도 의문이지만 7시간 조작으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이날 1심 유죄 선고를 받았음에도 같이 기소된 김장수ㆍ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의 무죄에 방점을 찍고 “세월호 보고서를 조작할 이유가 없다”는 식으로 모조리 부인하는 주장까지 더해 논란이 되고 있다.
천씨는 이날 페이스북에 2016년 12월 청와대에서 직접 들었다는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관련 발언을 구체적으로 썼다. ‘정윤회 밀회’ ‘굿판’ ‘미용주사 시술’ 등 7시간을 둘러싼 갖은 의혹 제기와 실언 논란으로 박 전 대통령이 상당한 심적 고통을 겪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천씨는 2014년 7월부터 박 전 대통령 탄핵 전까지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냈다.
천씨가 전한 박 전 대통령의 당시 발언은 이렇다.
#“세월호 당일 컨디션이 안 좋았다. 피곤해서 (간호장교) 신보라 대위로부터 가글을 요청해 받았다. 목이 아파서다. 공식일정 없었는데 오전에 신 대위가 왔고, 오후에 미용하는 정매주 자매가 왔다.”
#“그날 아침에 TV도 보지 않았다. 보고서류 및 결재 서류가 쌓여 있었다. TV 볼 만큼 한가하지 않았다. 물론 그날 구조될 때는 봤다. 아침 보고를 받고 신속한 구조를 지시했다. 안보실장이 구조됐다고 보고해서 안심하고 TV를 봤다.”
#“시간이 지나 오보라고 밝혀졌다. 그래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가야겠다고 판단해 경호실에 준비를 지시했다. 경호준비 등에 필요한 시간을 기다리다가 중대본으로 나갔다.”
#“중대본에서 ‘구명조끼’ 발언에 대해선 서면보고를 받으면 구명조끼가 정원의 120%가량 보유하고 있다고 돼 있어, 처음에 ‘괜찮겠구나’, 기억이 나서 한 말이다. 끝까지 찾아보라는 의미였다. 머리는 짧게 손질하고 갔다.” 박 전 대통령은 2014년 4월 16일 참사 당일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중대본을 찾아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는데 그렇게 발견하기 힘듭니까”라고 물었다.
#“편도가 부어있어 굉장히 안 좋은 날이었는데, 나중에 밀회 등 보도가 나오면서 굉장히 서글펐다. 비애감을 느낀다. 이게 제대로 된 나라인가 싶었다. 그날 주사를 맞은 일 없다. 주사는 조모 대위가 잘 놓는다. 조 대위 이전에 주사 아줌마를 통해 맞았다. 주사 아줌마도 간호사 출신이라 알고 있다. 그게 대단한 주사가 아니라 그냥 병원에서 맞는 영양 주사다. 피곤하고 힘들 때 의료진 처방을 받아 주사를 맞는다. 대통령이 영양제 주사 맞는 것도 안되나. 말 갖고 이상한 여자를 만들어 놨다.”
천씨는 이같이 전하면서 “세월호 사고는 비극이지만, 박 전 대통령과 무리하게 연계시킨 것은 과했다”고 밝혔다. 3년이나 지나 해당 발언을 공개한 이유에 대해선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썼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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