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호쿠대학에 11월 30일 건립된 김기림 시인의 시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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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의 이날 연설을 관통하는 키워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역시 시에서 나왔다. 모두 7차례로 김기림(1908~미상)이 해방 직후 쓴 '새나라 송'(1946)에서다. 새 나라의 경제 건설에 대한 희망을 주로 노래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시에서 "용광로에 불을 켜라 새 나라의 심장에 세멘(시멘트)과 철과 희망 위에 아무도 흔들 수 없는 새 나라 세워 가자"는 구절을 따왔다.
문 대통령은 이를 통해 일본의 경제보복에도 흔들리지 않는 평화경제, 교량국가를 집중적으로 강조했다. "분단을 극복해낼 때 광복은 완성되고,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했다. '새나라 송'은 "광복 직후 나온 문학 작품 중 경제 건설을 이야기한 게 있으면 찾아보자"는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발굴했다고 한다.
시를 쓴 김기림은 한국 문학에서 모더니즘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자신의 세대 이전 시들이 감상주의·허무주의로 흐르고 있다는 판단 아래 건강한 '오전의 시론'을 내세웠다. 이에 따라 그의 시 역시 밝고 건강한 시각적 이미지가 주를 이뤘다.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는 구절로 유명한 '바다와 나비'가 사례로 꼽힌다.
해방 직후 김기림은 좌파 계열 문학 단체인 '조선문학가동맹'에서 활동했다. 한국전쟁 당시 납북돼 이후 사망했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사망 시기는 알려지지 않았다. 납북으로 알려졌지만, 월북 문인이라는 이유로 학술논문에서 이름 표기도 제대로 되지 않다 1988년 해금됐다.
심훈의 사진.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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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이 처음 인용한 시는 심훈(1901~1936, 본명 심대섭)이 쓴 '그 날이 오면'이다.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라는 시구를 인용했다. 이 시는 1930년 쓴 항일시의 대표작이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같은 구절을 통해 독립을 염원하는 마음을 강한 어조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심훈은 독립에 대한 여망을 담은 작품을 다수 썼다. 1919년 3·1운동에 참여했다가 체포돼 4개월간 투옥된 경력도 있다. 대표 소설인 『상록수』(1935)는 일제의 식민통치에 저항하기 위해 일으킨 농촌계몽운동을 묘사했다. 마지막 작품인 시 '오오 조선의 남아여!'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손기정(1912~2002), 남승룡(1912~2001) 선수가 금메달과 동메달을 땄다는 소식을 접한 직후 새벽 신문 호외 뒷면에 썼다고 한다. 심훈은 이 시를 쓰고 한 달 뒤 장티푸스로 갑작스레 사망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나는 씨앗이 땅속에 들어가 무거운 흙을 들치고 올라올 때 제힘으로 들치지 남의 힘으로 올라오는 것을 본 일이 없다”는 독립운동가 이승훈(1864~1930)의 경구도 인용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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