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07 (목)

"XX놈" 구미시의원 욕설 오간건 박정희 기념사업 때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발언 길어지자 언쟁 높이다 급기야 욕설까지

말다툼벌인 중심엔 '대한민국 정수대전' 논란

박정희의 '정'·육영수의 '수' 글자딴 기념사업

중앙일보

신문식 더불어민주당 경북 구미시의원(위쪽)과 장세구 자유한국당 구미시의원. [구미시의회 홈페이지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야!” “XX놈아!” “이 자식이!”

지난 8일 경북 구미시의회 행정조사특별위원회 회의실. 엄숙하게 진행돼야 할 회의석상에서 난데없는 욕설이 오갔다. 구미시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한 사업을 두고 신문식(57)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장세구(54) 자유한국당 의원이 언성을 높이다 결국 심한 욕설까지 퍼붓는 상황이 됐다. 이 모습은 구미시의회 인터넷중계시스템을 통해 생중계됐다.

눈살 찌푸려지는 이번 사건은 신문식 의원이 구미시 문화예술과장을 상대로 ‘대한민국 정수대전’ 행사의 문제점을 짚으면서 시작됐다. 신 의원은 최근 정수대전을 둘러싸고 일어난 다양한 의혹과 사실로 밝혀진 문제를 17분에 걸쳐 조목조목 짚었다.

신 의원의 발언이 길어지자 장세구 의원은 김택호 행정조사특별위원장에게 “위원장님, 이런 식으로 질의할 거면 퇴장하겠습니다”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신 의원은 발언을 멈추지 않았고 장 의원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렇게 하나하나 짚어야 합니까”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신 의원은 “그럼 행정조사특위를 뭐 하려고 합니까”라고 대응했다. 두 의원은 언성을 높이다가 급기야 서로에게 “XX놈” 등의 욕설을 했다. 당황한 김 위원장은 인터넷방송 녹화를 중단시켰지만 욕설을 이미 생중계된 뒤였다. 현재도 구미시의회 홈페이지 녹화자료에 이 장면이 그대로 담겨 있다.

이 때문에 ‘대한민국 정수대전’을 둘러싸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다. 정수대전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과 육영수 여사의 ‘수’ 글자를 각각 붙여서 만든 공모전이다.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 중 하나다. ‘박 전 대통령의 사상과 철학을 선양하고 그 정신을 예술로 승화시켜 역량있는 신예작가의 창작의욕을 고취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사진, 서예·문인화, 미술 등 3개 부문 작품을 선정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과거 여러 차례 정수대전 시상식에 참석었다.

구미시는 정수대전을 주관하는 한국정수문화예술원에 2억3000만원의 보조금을 매년 지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2015년 민화 부문 대상(상금 1000만원) 작품인 ‘십장생도’가 이중 출품된 것으로 드러나 수상이 취소되기도 했다. 이어 한국정수문화예술원 임원이 지난해 정수미술대전 자부담금 일부를 유용했다는 주장도 나온 상태다. 예술원이 출품료 수익 6700만원 가운데 일부를 규정에 따라 시에 반환해야 하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은 점도 불거졌다.

중앙일보

제16회 대한민국 정수대전 미술부문 대상을 차지한 '십장생도.' [사진 한국정수문화예술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각종 문제가 잇달아 터지면서 보조금 지원의 타당성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비리 의혹이 쏟아지는 정수대전에 수억원의 세금을 지원해주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논란이다. 여야 의원이 욕설 다툼을 한 촌극도 이 논란의 연장선이다.

신 의원은 보조금 전액 삭감을 주장했다. 하지만 특별위원 9명이 투표한 결과 2억3000만원 가운데 3000만원만 삭감하는 것으로 결론이 모아지고 특별위는 마무리됐다.

이에 반발한 신 의원은 13일부터 정수대전 보조금 전액 삭감과 보조금 비리 관련자 전원 사퇴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신 의원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정수대전 파행 운영을 반대하는 1인 시위를 시작했다”면서 “상황이 이러한데 (보조금) 삭감 금액을 얼마로 할 것인지 정하는 문제는 정말 논점에서 벗어난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구미=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