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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7 (목)

[씨네;리뷰] ‘우리집’ 윤가은 감독의 따뜻한 시선이 선사한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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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사진=영화 '우리집'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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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장수정 기자] ‘우리들’에서 초등학생 소녀들의 관계를 세밀하게 담아낸 윤가은 감독이 ‘우리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들의 가족 이야기부터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한 사투까지. 이야기의 스케일은 커졌지만, 아이들의 시선을 정확하게 포착하는 윤 감독의 장점만은 살아있다.

‘우리집’은 누구나 갖고 있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 숙제 같은 가족의 문제를 풀기 위해 어른들 대신 직접 나선 동네 삼총사의 용기와 찬란한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아이들의 눈을 빌어 사회 부조리를 짚어낸 영화들은 종종 있다. 아이들의 순수한 시선이 때로는 때 묻은 어른들보다 더 날카롭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미 어린 시절 마음을 잃은 어른이 아이들의 시각으로 영화를 담아내는 것은 그만큼 힘들다.

그러나 윤가은 감독은 ‘우리들’에 이어 ‘우리집’까지, 두 작품 연속 아이들의 이야기를 왜곡 없이 담아내며 남다른 감동을 남겼다.

국내외 영화제에서 상을 휩쓴 ‘우리들’에서 지나치게 솔직하고, 꾸밈이 없어 오히려 서툰 초등학생들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섬세하게 담아내 호평을 받았다. 단순히 초등학생들이 다투고, 화해하는 평범한 과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윤 감독은 그들의 일상을 깊고, 집중적으로 다루며 미묘한 감정들을 포착해냈다. 이에 어른 관객들과도 깊고, 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호평 받았다.

‘우리집’은 전작보다 서사의 스케일이 커졌다고 할 수 있다. 집과 학교를 오가며 초등학생들의 일상을 담은 ‘우리들’과 달리, 이번 영화는 어린 아이들의 가족 구성원들 이야기까지 담겼기 때문이다.

헤럴드경제

사진=영화 '우리집'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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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여행만이 늘 다투는 부모님을 화해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하고 매달리는 하나(김나연 분)와 부모님이 지방에 간 사이 옥탑방이 팔릴 위기에 처하자 어떻게든 이를 사수하려는 유미(김시아 분), 유진(주예림 분) 자매가 벌이는 사투도 일상의 범주는 넘어선 ‘사건’이다.

때문에 전작보다 감정의 깊이가 얕아졌고, 작위적인 에피소드들도 종종 사용된다. 아이들이 지방에 부모를 찾으러 간 사이 우연히 바다를 목격하고, 버려진 캠핑장에서 캠핑을 하는 등 지나치게 동화적인 에피소드들이 현실감을 떨어뜨려 감동을 반감시키기도 한다.

그럼에도 아이들의 순수한 감정을 왜곡 없이 그대로 포착한 윤 감독의 장기만은 오롯이 빛난다.

자식들 앞에서 소리를 지르며 싸우는 부모님 앞에서 눈치 보며 주눅 드는 하나의 모습이나 보호자가 없어 외롭던 자매가 자신들 앞에 나타난 하나와 빠르게 친해지는 과정, 집주인 앞에서 왠지 모르게 위축되는 자매의 모습 등 아이들이 그때 그 순간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 섬세하게 포착돼 생동감을 준다.

자식들을 위한다고는 하지만, 그들의 마음 깊숙한 곳까지 들여다 볼 생각은 못하는 어른들의 모습에서는 부끄러움도 느껴진다. 특히 아이들이 원하는 ‘집’의 모습은 어떤지 자연스럽게 체감돼, 너무 익숙해서 그냥 지나쳤던 감정들을 되새기게 한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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