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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6 (수)

"우리 힘으로 日 뛰어넘겠다"…文 '반일' 대신 '극일'에 역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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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건설"…극일에 방점

강도 높은 日 비판 대신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제안

경제 보복 악순환 막기 위해 대일 메시지 수위 조절

'우리 힘으로 분단 이기고 日 뛰어넘겠다"…자강 강조

책임있는 경제강국, 교량국가, 평화경제 등 3대 목표 제시

뉴시스

【천안=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제74회 광복절 경축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2019.08.15. pak713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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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15일 광복절 경축사는 일본의 수출 규제로 한일 관계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발표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문 대통령의 이번 광복절 메시지는 '반일(反日)' 대신 우리의 역량을 끌어올려 '극일(克日)'을 이루자는 데 방점이 찍혔다. 또 한일 관계가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해야 하며, 일본이 지금이라도 대화와 협력 의사를 밝힌다면 언제든지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제안도 이번 경축사에 담겼다.

문 대통령의 '극일' 의지는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라는 표현에서 잘 드러난다. 문 대통령은 이 표현을 여러 차례 반복하며 외세의 침략적 경제 보복에도 나라를 지킬 수 있도록 우리 스스로의 역량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청와대 참모들은 일본의 경제 보복이 시작된 7월 초부터 이번 광복절 경축사에 어떤 일본 관련 메시지를 담을지를 놓고 고심해 왔다. 전문가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 내부 토의 등을 거친 결과 이번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경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일본에 대해서는 강경 발언 대신 일본이 국제 사회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한다는 점을 설득하는데 역점을 뒀다.

문 대통령은 "과거를 성찰하는 것은 과거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딛고 미래로 가는 것" 이라며 "일본이 이웃나라에게 불행을 줬던 과거를 성찰하는 가운데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함께 이끌어가길 우리는 바라다"고 촉구했다.

이어 "협력해야 함께 발전하고, 발전이 지속가능하다"며 "국제 분업체계 속에서 어느 나라든 자국이 우위에 있는 부문을 무기화한다면 평화로운 자유무역 질서가 깨질 수밖에 없다. 먼저 성장한 나라가 뒤따라 성장하는 나라의 사다리를 걷어차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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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제74회 광복절 경축식 행사를 마치고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19.08.15. pak713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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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우리는 기꺼이 손을 잡을 것"이라며 "공정하게 교역하고 협력하는 동아시아를 함께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내각의 최대 관심사인 도쿄 올림픽을 두고 '공동 번영의 길로 나아갈 절호의 기회'라고 표현한 것도 일본이 대립과 갈등보다는 대화화 협력의 길로 나서야 한다는 점을 설득한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이번 광복절이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인한 한일 갈등 관계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고 신중하게 경축사의 수위를 가다듬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와 일본이 서로 감정을 자극하는 행동에 나설 경우 더욱 강한 경제 보복 조치가 뒤따르는 갈등 고조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베 총리가 일본의 종전일(패전일)인 이날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우리가 대일 메시지의 수위를 조절하게된 한 가지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책임 있는 경제강국 ▲평화와 번영을 선도하는 교량 국가 ▲평화경제 구축 등 세 가지 자강(自强) 목표를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책임 있는 경제 강국'으로서 자유무역의 질서를 지키고 동아시아의 평등한 협력을 이끌어내겠다고 공언했다. 수출 규제를 통해 자유무역의 질서를 훼손하고 있는 일본과 비교해 우리가 도덕적 우위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아울러 "대중소 기업과 노사의 상생 협력으로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겠다. 과학자와 기술자의 도전을 응원하고, 실패를 존중하며 누구도 흔들 수 없는 경제를 만들겠다"며 우리 산업 구조를 개편해 대일 의존도를 축소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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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5일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제74회 광복절 경축식을 마치고 특별전시관을 관람하고 있다. 2019.08.15. pak713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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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량 국가'는 4대 강국에 둘러쌓여 있는 우리의 지정학적 단점을 극복하고 기회 요인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신북방정책'과 '신남방정책',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등과 연결된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힘을 갖추지 못했을 때 한반도는 강대국들의 각축장이 될 수 밖에 없었지만, 우리가 힘을 가지면 현재의 지정학적 조건을 이용해 오히려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선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땅과 하늘, 바다에 사람과 물류가 오가는 혈맥을 잇고 남과 북이 대륙과 해양을 자유롭게 넘나들게 된다면 한반도는 유라시아와 태평양, 아세안, 인도양을 잇는 번영의 터전이 될 것"이라며 "아시아공동체는 어느 한 국가가 주도하는 공동체가 아니라 평등한 국가들의 다양한 협력이 꽃피는 공동체가 될 것"이라고

또 북한과의 평화 체제 구축이 안보적 측면 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많은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남과 북이 경제적 역량을 합친다면 8000만 단일 시장을 만들 수 있고 한반도 통일을 이룰 경우 세계 6위권의 경제를 건설할 수 있다는 국내외 경제 연구기관들의 전망을 소개했다.

또 "남북 모두 막대한 국방비뿐 아니라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무형의 분단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저성장, 저출산·고령화의 해답도 찾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부산에서 시작해 울산, 포항, 강릉, 속초, 원산, 나진, 선봉으로 이어지는 '환동해 경제'는 블라디보스톡을 통한 대륙경제와 일본을 연결하는 해양경제로 뻗어 나갈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아울러 여수, 목포에서 시작해 군산, 인천, 해주, 남포, 신의주로 향한 '환황해 경제'권에 첨단 산업단지를 육성하면 중국, 아세안, 인도를 향한 경제 전략을 완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문 대통령은 "우리 힘으로 분단을 이기고 평화와 통일로 가는 길이 책임 있는 경제강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며 "우리가 일본을 뛰어넘는 길이고, 일본을 동아시아 협력의 질서로 이끄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와 동아시아,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이끄는 ‘새로운 한반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며 "우리는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ah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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