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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文대통령 “새나라 세워가자” 김기림 詩 인용하며 경제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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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복대신 두루마기 걸쳐…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7번 반복
한국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천안=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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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화두로 던졌다. 7번에 걸쳐 같은 문구를 반복했다.

해당 문구는 1940년대 모더니즘 계열 시인 김기림 시인의 ‘새나라 송(頌)’에서 따왔다. 문 대통령은 경축사에 ‘용광로에 불을 켜라.(중략) 시멘트와 철과 희망 위에/ 아무도 흔들 수 없는 새나라 세워가자’란 구절을 포함해 직접 읽었다.

문 대통령은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는 아직 이루지 못했다”며 “아직도 우리가 충분히 강하지 않기 때문이며, 아직도 우리가 분단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어떤 위기에도 의연하게 대처해온 국민들을 떠올리며 우리가 만들고 싶은 나라,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다시 다짐한다”고 강조했다.

김기림 시인의 작품이 핵심 메시지로 부각된 것은 문 대통령이 ‘경제와 관련한 희망의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연설문 준비 과정에서 청와대 참모진은 각계 인사들에게 경축사에 어떤 메시지를 담으면 좋겠냐고 설문조사를 벌여, 경제를 키워드로 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러한 보고를 받은 문 대통령이 “광복 직후 문학 작품, 위인 어록에서 경제 건설을 얘기한 것을 찾아보자”고 주문했다는 전언이다. 청와대는 연설문을 약 한 달 반 동안 준비했고, 이 기간 동안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강기정 정무수석이 주재하는 태스크포스(TF) 회의가 각각 세 차례씩 열렸다고 한다.

심훈의 시 ‘그날이 오면’도 경축사에 인용됐다.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을 갈망하던 선열들의 정신이 국민들의 가슴에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고 문 대통령은 말했다. ‘우리 힘으로’ 분단을 극복하고, 경제 강국을 만들자는 메시지엔, 독립운동가 남강 이승훈 선생의 말이 인용됐다. “나는 씨앗이 땅속에 들어가 무거운 흙을 들치고 올라올 때 제힘으로 들치지 남의 힘으로 올라오는 것을 본 일이 없다”는 문장이다. 이번 경축사에 시가 많이 인용된 것은 시인 출신 신동호 연설비서관이 초안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5,700여자(공백제외)로 쓰인 경축사를 약 27분간 단호한 어조로 읽었다. 지난해 경축사(4,500여자)에 비해 늘어났다. 문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경제’라는 단어를 39번 말했고, 6번에 걸쳐 한국을 ‘강국’이라 칭했으며, ‘일본’이란 단어는 12차례 말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라는 마지막 대목에선 주먹을 불끈 쥐고 흔들기도 했다. 20차례 걸쳐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경축사가 진행되는 동안 거의 박수를 치지 않았다고 더불어민주당이 논평을 통해 공격했다. 또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원내대표단은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하고 대신 이날 중국 충칭에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를 방문했다.

이날 경축식은 ‘우리가 되찾은 빛, 함께 밝혀갈 길’이라는 주제로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에서 열렸다. 이곳에서 경축식을 연 건 2004년 이후 15년 만이다. 문 대통령은 푸른 빛이 도는 두루마기 한복 차림으로, 김정숙 여사는 흰색 한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앞선 두 차례 경축식에서 문 대통령은 정장을 착용했다. 김원웅 광복회장은 이날 기념사에서 일본 경제보복 조치에 문 대통령이 의연하게 대처하고 있다며 박수를 유도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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