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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6 (수)

도깨비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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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매일

[아침뜨락] 이진순 수필가

새벽 신선한 공기를 가르며 도깨비 시장을 갔다.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입구부터 한 바퀴 돌아본다.

시장 조사를 하기 위해서다.

말 그대로 도깨비 시장은 정찰가격이 아니다.

잘못사면 비싸고 잘 사면 횡재하듯 헐값에 구입하게 된다.

하지만 직거래 장터라 농민들이 직접 가지고 온 물건은 싱싱하며 제철 식품이 많다.

종류도 다양하다.

산더미처럼 트럭에 물건을 실어 놓은 분.

보따리를 머리에 이고 차에서 내리는 분.

소소한 물건들을 길바닥에 전을 벌이고 손님을 기다리는 할머니.

생선사라고 외치는 차도 있다.

도매시장을 찾는 사람은 식당을 운영하거나 소규모의 마트 주인들이다.

그 대열에 끼여 하나하나 물건을 구입하는 재미는 즐겨본 사람만이 안다.

제철에 나오는 돌미나리, 매실, 쑥 솔잎을 효소로 담고 싶은 날은 도깨비 시장을 찾는다.

많은 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떤 날은 가지나 상추가 아주 싸서 이웃들에게 인심을 쓴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기 때문에 아파트 이웃들에게 나눠 주면 직접 농사를 지어 주는 줄 안다.

아무튼 무엇이든 나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돌미나리는 더러운 물을 정화 시켜주는 식물이다.

미나리 효소를 먹으면 피부가 아름다워질 것 같아 담아 두고 보약처럼 즐긴다.

쑥은 소화제로 사용하고 솔잎에 배를 넣어 담근 효소는 손님 접대용으로 쓰인다.

매실과 양파, 생강 비트는 주방에서 요리 할 때 쓰이는데 자루로 몇 자루 사다가 설탕에 버무려 두면 여러모로 쓰임새가 많다.

철철이 나오는 그때그때의 재료가 다양해서 살 것들이 많다.

도깨비 시장은 천태만상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며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나는 곳이다.

삶에 충전이 필요할 때면 도깨비 시장을 간다.

시장에서 물건을 살 때 주인이 마수라고 하면 그가 내게 덤을 주듯 "재수 좋은 날 되세요"라고 복 짓는 말을 건넨다.

천원을 주고 호박을 4개나 얻었다.

호박을 넣고 새우젓을 넣어 들기름에 볶고.

호박전을 붙이고도 호박이 두 개나 남았다.

이처럼 식탁을 천원으로 온가족이 만찬을 즐길 수 있는 행복은 또 다른 즐거움으로 이어진다.

따끈한 두부에 양념장을 곁들이면 식탁이 풍성하다.

도깨비 시장은 즐거움을 선사하는 곳, 행복을 덤으로 얻는 곳이며 큰돈 안들이고 일상생활을 즐겁게 만들어 준다.

구입한 식재료는 일주일 동안의 메뉴를 다양하게 짤 수 있다.

아욱국에 새우를 넣어 끓이고 점심에 상추쌈을 즐기고 한가한 시간에 효소도 담그며 생활에 활력을 줄 것이다.

이진순 수필가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

젊은 날 1인 몇 역을 하며 시간에 쫓기며 동동거리며 살았다.

이처럼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노후가 있다는 것이 더없이 만족하다.

따끈한 밥을 짓고 참기름과 깨소금을 넣어 간을 맞춰 방금 사온 김으로 즉석 김밥을 만들 참이다.

손녀딸들이 일어나면 함성을 지르며 좋아할 것을 기대하며 콧노래를 부른다.

온가족의 간식인 떡이며 토마토, 참외, 포도 ,수박 등 냉장고 안이 부자가 되었다.

도깨비 시장은 물건만 파는 곳이 아니고 활력과 꿈 희망을 살 수 있는 만물상이다.

아침 해가 뜨면 도깨비 시장은 사라지고 육거리 재래시장은 사람들의 물결이 항상 출렁거린다.

마치 밀물과 썰물이 들고 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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