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과젠더’ ‘인권과 난민’ 등 커리큘럼 포함되자
개신교·‘우파’·난민반대 모임 주축으로 집단 항의 운동
학교 “인권 강의는 기독교인이 추구하는 가치와 일치”
“페미니스트, 성소수자, 장애인, 무슬림도 동등한 교육받아야”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연세대학교가 2020년 학부 신입생부터 필수로 들어야 하는 강의 ‘연세정신과 인권’을 개설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 개신교와 ‘우파’ 세력의 집단적인 항의가 이어졌다. 커리큘럼에 ‘인권과 젠더(성평등)’ ‘인권과 난민’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다. 학교 쪽은 15일 “인권은 비차별성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므로 본 강좌는 특정 집단을 옹호하거나 지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온라인 강좌인 ‘연세정신과 인권’은 13주에 걸쳐 인권·사회정의·젠더·아동·장애·노동·환경·난민 등을 주제로 구성된다. 강의 개설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개신교인과 자칭 ‘우파’, 난민반대 모임 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연세대에 항의전화(를) 달려야 한다” “연세대에 항의전화 지원요청한다”는 등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이들은 연대 학사지원처 등의 전화번호를 공유하며 항의전화를 독려했다.
‘연세대를 사랑하는 국민모임’이란 단체는 지난 13일 연세대 정문 앞에서 “연세대 건학이념을 무시하는 젠더 인권교육 필수화 웬말이냐”며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들은 “무분별한 인권교육이 바른 성문화를 무너뜨리고 동성애 옹호를 조장한다” “(난민 등) 특정 소수의 인권만 무한적으로 보장되고 일반 국민이 역차별을 당하는 왜곡된 인권 의식을 심어주지 않을까 염려된다”는 등 차별적 발언을 이어갔다. 홍문종 우리공화당 의원도 이 자리에 참석해 “젠더교육, 잘못된 난민교육을 연대에서 이수하지 않으면 졸업할 수 없다는 건 설립 이념에도 반할 뿐만 아니라 사학 설립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학교 쪽은 강의를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연세대 관계자는 “사회적 약자를 이해하고 보호하는 일은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을 품고 선한 사마리아인의 삶을 살아가려는 기독교인이 추구하는 가치와 일치한다”고 밝혔다. 개신교 재단인 연세대의 건학 이념과 만난다는 것이다. 학교는 2학기에 재학생을 대상으로 시범운영을 하고 교육과정을 수정, 발전시킬 계획이다.
정작 재학생들 사이에선 특별히 반대 의견이 나오지 않는다. 연세대 관계자는 “학교 커뮤니티를 보면 학생들은 별 반응이 없다”고 밝혔다. 연세대 재학생인 유진욱(23)씨는 “이번에 열리는 강의가 젠더나 난민 뿐만 아니라 인터넷이나 약물 등 전반적인 인권 관련 이슈를 다루는 거라고 알고 있다”며 “그런 점에서 강의 자체가 좋은 시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권과 젠더’ 수업을 맡아 혐오세력의 ‘표적’이 됐던 김현미 연세대 교수(문화인류학)는 “시위는 ‘종교적 표현의 자유’란 ‘인권’이 보장된 나라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행위였다고 생각한다”며 “마찬가지로 대학에 단 한명의 페미니스트, 성소수자, 장애인, 무슬림 학생이 있어도 그들도 동등한 관심과 지도, 인정을 받고 위협받지 않는 환경에서 교육 받아야하는 비차별 원칙을 지켜나가야하는것도 교육자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사건으로 ‘인권’이란 보편적 가치가 어떻게 이분법적 편가르기의 논쟁속에서 왜곡될 수 있는지, 왜 이 지경까지 교육 현장에 대한 불신이 증가되었는지를 목격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박다해 김민제 기자 doall@hani.co.kr
[▶동영상 뉴스 ‘영상+’]
[▶한겨레 정기구독] [▶[생방송] 한겨레 라이브]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