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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사장님이 남은 음식 가져와서 먹으래요”···직장갑질금지법 시행 한 달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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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는 회사에서 음식 먹는 걸 좋아해 김밥, 치킨, 피자, 빵을 시켜 직원들에게 먹으라고 했다. 음식점이나 집에서 먹다 남은 음식을 포장해 직원들을 불렀다. 치아에 문제가 생겨 딱딱한 음식을 먹지 못하는데도 억지로 먹어야 했고, 배탈이 난 직원도 예외가 아니었다. 폭염에 지친 직원들이 에어컨을 냉방으로 틀어놓으면 어느새 대표가 와서 춥다며 에어컨 온도를 높여놓거나 송풍으로 돌려놓았고 직원들을 불러 온도를 내리지 못하게 교육을 하기도 했다. 폭우가 오는 날 타건물을 다녀오도록 지시해 비를 쫄딱 맞았다. 심지어 차도 있고 안전하게 다녀올 수 있는 다른 직원들이 있음에도 굳이 저를 시켜 보냈다.” (사장 갑질 사례)

“계속 괴롭힘에 시달리던 중 한줄기 희망 같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었고, 상사를 찾아가 면담 요청을 했다. 괴롭힘을 당해왔고, 이 고충을 해결해달라고 요청했다. 대화 도중 팀장은 살벌한 얼굴로 노려보기도 하고, 억울해하며 머리를 쥐어뜯고 탁자를 치며 볼펜도 던지고 소리를 지르며 저와 함께 갈 수 없다고 했다.” (괴롭힘 신고 협박 사례)

“4년 동안 지속적으로 괴롭힘이 있어서 부서팀장에게 여러 차례 조정해달라고 도움을 요청했으나 번번이 무시당했다. 8월 인사팀에 2차 신고를 했다. 부서팀장에게 지난 4년 동안 조정을 요청했던 것을 증언해줄 수 있냐고 물어봤는데, 팀장이 거절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모르겠고 니가 조정해달라고 한 거 기억 안 난다. 그래서 증언해줄 수 없다. 너 때문에 나랑 인사팀이 얼마나 안 좋은 상황에 처했는 줄 아냐. 우리사장님이 이런 일에 노이로제가 있는데 너 왜 문제를 일으켰냐. 넌 큰 실수 한 거다.’” (괴롭힘 신고 방치 사례)

“‘니가 뭔데 상사랑 면담을 하자고 불러 앉히냐, 니까짓 게 판단을 하려 든다, 별 갖지도 않고 되지도 않은 게 판단을 하려 드냐, 정신나간 년, 어디서 되먹지도 않은 게 들어왔다, 확 그냥’이란 표현을 쓰며 때릴 것 같은 말투 등등의 폭언을 대화 내내 했고 마지막에는 소리를 지르시며 정신나간 년이라 하셔서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놀라서 달려와 중재하셨다.” (폭언 사례)

경향신문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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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 119’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한 달을 맞아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e메일·직장갑질119 직종별 모임으로 들어온 갑질 제보를 바탕으로 이 같은 사례들을 담은 보고서를 15일 발간했다.

지난 한 달간 총 제보(상담) 건수는 1844건이었으며, 휴일과 여름휴가를 제외한 17일 동안 제보는 총 1743건으로 하루 평균 102.5건이었다. 이는 법 시행 이전 평균 65건에 비해 57% 증가한 것이다.

전체 제보 중 직장 내 괴롭힘 제보는 총 1073건으로 58.2%를 차지했다. 이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전(28.2%)보다 2.1배 증가한 수치다. 괴롭힘의 종류로는 부당지시 231건, 따돌림·차별 217건, 폭행·폭언 189건, 모욕·명예훼손 137건, 강요 75건 순이었다. 직장갑질 119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입에 걸레를 문 사장, 법 시행 자체를 알지 못하는 상사, 취업규칙을 바꾸지 않는 회사가 수두룩하다”고 지적했다.

직장갑질 119는 “정부는 지금 당장 10인 이상 사업장 전수조사를 통해 취업규칙을 개정하지 않은 회사를 기소해야 한다. 고용노동부로 신고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대해 진정 사건을 감독 사건으로 전환해 노동관계법 위반 여부를 조사해 처벌해야 한다”며 “특히 직장갑질 혁신을 위해 사장 갑질에 대해서는 관용 없이 엄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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