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외교를 연구하는 교수, 연구원, 대학원생들과 함께 공공외교 소모임을 하고 있다. 최근 모임에서 에스토니아 전자정부 관련 발표가 있었다. 에스토니아가 ‘전자 거주권’까지 가능한 디지털 사회를 구성한 것이다. 에스토니아 국민 46.7%가 선거에서 온라인 투표를 하고, 98%가 전자신분증을 가지고 있으며, 정부 서비스 99%가 전자정부로 제공되고 있다. 세 가지만 전자정부를 통해서 하지 못한단다. 결혼하는 것, 이혼하는 것 그리고 부동산 사는 것.
에스토니아는 이 시스템과 데이터를 블록체인으로 안전화하고 있다. 개인이나 공무원이 시스템에서 하는 모든 행동은 기록에 남는다. 국민들이 본인 데이터를 사전 동의 하에 다른 사람에게 제공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진료를 받으러 갈 때 개인 정보 열람 동의를 하면 의사는 해당 환자의 모든 진료기록을 볼 수 있다. 이 같은 전자정부 서비스들은 외국인도 이용 가능하다. 이 같은 예들을 통해 전자정부 분야에서 에스토니아가 세계에서 가장 앞선 나라임을 짐작할 수 있다.
나는 한국도 에스토니아만큼은 아니더라도 전자정부와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들이 잘 되어있는 나라라고 생각해왔다. 한국에 잠깐 온 미국 친구가 소모임에서 하나의 에피소드를 들려주기 전까지는 말이다. 하루는 외국인 친구 넷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싶어 했단다. 그러나 아무도 한국 전화번호가 없어서 온라인 예매를 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예매를 안 하고 영화관에 갔더니 모든 표가 소진돼 영화를 보지 못했다.
그 이야기를 듣자니 한국의 온라인 생태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한국에서 많은 온라인 서비스는 본인확인 없이는 안 된다. 정부 웹사이트 뿐만 아니라 대부분 웹사이트에 가입할 때, 결제할 때 본인확인이 필요하다. 그것도 본인 실명으로 되어있는 전화번호가 있어야 한다.
나는 내 실명으로 되어있는 전화번호 그리고 신용카드가 있어서 많은 일이 쉬운 것이었다. 그리고 귀화를 하고 나서 전자 민원도 가능하게 됐다. 외국인들을 생각할 때, 내가 귀화하기 전을 생각할 때, 많은 서비스가 제한되어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어떤 웹사이트에서는 이름 띄어쓰기 때문에 본인확인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았다. 민원24사이트에서도 받을 수 있는 서류가 몇 개밖에 없었다.
더구나 다양한 전자정부 서비스부터 대학교 웹사이트를 사용하려면 윈도우8 이하 운영체제에서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사용하고 수많은 플러그인(브라우저에 확장기능을 삽입하는 기술)을 설치해야 한다. 최근에 문재인 정부가 ‘액티브X 제거 방안’을 국정과제로 발표한 바 있지만 아직도 거의 모든 웹사이트에서 액티브X로 안전화를 하고 있다. 그래서 아주 간단한 거래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고 안 될 때도 많다.
한국은 전자 시스템, 전자제품 등에서 기술적으로 손꼽히는 나라다. 다양한 국제 설문조사 및 객관적인 지수에서 한국은 기술과 창조성 분야에서 뛰어난 것으로 나온다. 한국은 새로운 트렌드를 항상 빨리빨리 잘 타는 편이라 전자정부와 다양한 전자서비스도 더 편리하고 안전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세계화 과정 속에서 외국인도, 특히 외국인 등록증이 있는 한국 거주 외국인도 이 많은 서비스를 편리하게 쓸 수 있게 해야 한다. 모든 데이터와 서비스가 디지털화하는 경향은 계속될 것이다. 우리도 이 흐름을 잘 타야 앞으로 국민들도 더 편리하고, 세계에서 계속 손꼽히는 기술 강국이 될 것이다. 블록체인도 이제 가상화폐로만 보지 않고 더 투명하고 안전한 디지털 사회를 위해 잘 사용해야 한다. 한국은 이미 블록체인을 전자정부에 잘 활용할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이 있다.
에스토니아가 무엇보다도 전자정부의 아주 좋은 예다. 잘 되는 부분, 문제 되는 부분은 연구 할만한 케이스다. 특히 사이버 공격 가능성과 예방 방법에 대해서 말이다. 그리고 디지털 사회가 넷플릭스 드라마 ‘블랙미러’처럼 기술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사용되는 사회가 되지 않도록 개인 정보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말이 나온 김에 정부 웹사이트나 기타 웹사이트에서 전자 증명서를 뗄 때 프린터 없이도 다운로드 할 수 있었으면 하는 사람은 나 혼자인가?
아이한 카디르(한국이름 한준) 터키 출신 한국인·한국외대 국제개발학과 교수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