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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글로벌 명품 이어 식품도 "한국서만 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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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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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실 홍차 브랜드인 포트넘 앤드 메이슨이 오는 20일부터 한국 특별 상품 '남산블렌드'를 판매한다. 차 120여 종을 보유한 포트넘 앤드 메이슨이 홍차 원산지나 영국이 아닌 다른 나라 지명을 사용한 블렌드를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산블렌드는 영국 블렌딩 전문가가 한국인이 좋아하는 다르질링에 장미향을 넣어 제작했다. 제품명에는 서울을 상징하는 '남산'을 붙였다. 정복기 신세계백화점 가공식품팀 차 바이어는 "한국 고객들이 선호하는 제품에 케이크와 곁들이기 좋은 맛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달 초부터 사전예약을 받았고, 일주일 만에 예약 건수가 예상보다 10% 더 들어왔다. 예약 고객 중 20%는 외국인 관광객이었다. 포트넘 앤드 메이슨은 일본 홍콩 등에도 진출했으나 현지용 상품을 제작한 적은 없다.

신세계백화점이 "한국 시장을 위한 차를 만들어보자"고 먼저 제안해 1년간 포트넘 앤드 메이슨 본사와 공을 들였다. 신세계백화점은 2017년 이 브랜드를 들여와 지난해까지 전년 대비 매출이 327% 늘었고, 올해도 매출이 69% 급증했다.

국내에 수입되는 와인 중 최대 누적 판매량을 자랑하는 칠레 몬테스 와이너리는 한글날을 기념해 한글 라벨링을 만든다. 알파벳 위주인 와인 라벨에 '몬테스 알파'라는 한글이 들어가는 것은 이례적이다. 몬테스 와이너리는 한정 상품 5000세트를 이달 말부터 예약 판매하기로 했다.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명품 시장이 성장하면서 '아시아 최초' '한국 단독' 타이틀을 단 제품이 늘어나고 있다. 이제까지 명품·잡화 브랜드에서 한국에 신상품을 선공개하는 식이었다면 최근엔 한국만을 위한 제품을 제작하는 사례도 나왔다.

롯데백화점 본점 불가리 매장에서는 지난달 말부터 '비제로원 코리아 에디션 목걸이' 100개를 한정 판매하고 있다. 한국에서 결혼 반지로 인기가 높은 비제로원 디자인을 목걸이에 적용했다. 다른 나라 매장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상품이다. 올해 들어서만 IWC 시계 신상품, 펜디 아모르 컬렉션, 샤넬 J12 시계 등이 롯데백화점을 통해 한국에서 처음 공개됐다.

지난 5월 글로벌 패션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온라인 편집숍 24S(24s.com)가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존에는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만 서비스했는데,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한국어가 추가됐다. 프랑스에서 출고한 제품을 한국에서 3일 만에 받는다. 에릭 고게 24S 최고경영자는 "한국 시장 성장세에 주목했다"고 언급했다.

미국 프리미엄 생활용품·주방용품 회사 윌리엄스소노마는 올 초 현대리바트와 함께 신발주머니 7종을 출시했다. 아이용 가구와 생활용품, 문구류 등을 취급하는 포터리반키즈가 특정 국가를 위한 단독 상품을 출시한 것은 처음이다.

한국 에디션이 생겨나는 이유는 전체적인 소비심리 위축과 별개로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명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기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에서 2016년 이후 2030 고객 매출 신장률은 매년 6~7%씩 불어났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명품 시장 규모는 13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7% 커졌다. 글로벌 명품 시장 순위는 8위다.

한국은 테스트 마켓 역할도 톡톡히 한다.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등을 통해 유행이 빠르게 퍼지고 새 제품에 대한 거부감도 작다. 드라마·영화 등 콘텐츠를 통해 한국 유행 상품이 아시아 전역으로 퍼져나가 반응을 확인한 후 다른 아시아 국가에 진출하기도 한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디스커버리와 내셔널지오그래픽은 각각 2012년, 2016년 한국에서 의류 제작·판매를 시작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한국에서 잘 팔린 2019년 봄·여름 상품을 이달 홍콩에 이어 연내 대만에서도 팔 예정이다.

현대그린푸드가 들여온 덴마크 카페 '조앤더주스'는 생 아보카도에 에스프레소를 가미한 '아보카조(JOE)'를 판매한다. 국내 디저트 시장을 고려해 개발했는데 반응이 뜨거워 덴마크 본사에서 해외 국가로 '메뉴 역수출'을 검토 중이다.

이성환 신세계백화점 영업전략 담당은 "국내 고객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까지 사로잡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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