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곳곳에 에어컨 없는 노동자 휴게실
지난해 3월 청소노동자 정규직 전환됐지만
노동환경 파악 못해…“사회적 죽음” 비판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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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대학교에서 근무하던 청소노동자가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연일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에 에어컨 하나 없는 열악한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다 참변을 당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해 3월 서울대가 청소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했지만, 서울대는 청소노동자들의 노동환경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9일 낮12시30분께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제2공학관 지하 1층 직원 휴게실에서 청소노동자 ㄱ(67)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ㄱ씨가 숨진 휴게실은 계단 아래 가건물 형태로 만들어진 곳으로 실제 사람이 누울 수 있는 공간은 3.52㎡(1.06평)에 불과할 정도로 좁았다. 평소 3명의 노동자가 이용한 휴게실엔 창문도 에어컨도 없었다. 청소노동자가 직접 설치한 환풍기와 벽에 걸린 선풍기 한 대가 더위를 식힐 유일한 도구였다. 휴게실 옆 청소용품 창고 때문에 퀴퀴한 냄새가 휴게실에 스몄지만, 강의실 바로 앞 공간이라 문을 열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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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는 열악한 휴게실 환경이 노동자의 죽음을 불렀다고 주장했다. ㄱ씨가 평소 심장질환을 앓고 있었는데, 열악한 환경이 ㄱ씨의 질환을 급속도로 악화시켜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것이다. 15일 <한겨레>와 만난 최분조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서울대시설환경분회장은 “애초에 만들어선 안 되는 공간에 휴게실을 만들었다”며 “이제까지 본 교내 휴게실 중에 가장 열악한 환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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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학교가 이렇게 열악한 휴게실이 몇 곳인지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청소노동자 휴게실 설치가 학교 차원이 아닌 각 단과대의 재량으로 이뤄져 왔기 때문이다. 실제 <한겨레>가 서울대 단과대 건물들을 돌아본 결과, 제2공학관과 마찬가지로 계단 아래 마련된 에어컨 미설치 휴게실 몇 곳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노조는 이미 지난해 9월부터 학교 쪽에 에어컨 설치를 요구해왔다. 학교는 지난 6월에서야 휴게실 전수조사를 시작했지만 아직도 조사를 마치지 못한 상태다. 최 분회장은 “실태조사 자체가 늦게 시작됐다”며 “실태조사를 했다는데 나아진 게 없다”고 꼬집었다.
학생들도 비판에 동참했다. 서울대 학생 모임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은 “67살의 고령 노동자를 고용하면서도 그렇게 더운 날 그토록 비인간적인 환경에 그를 방치한 것은 분명 사용자인 학교 쪽 책임”이라며 “ㄱ씨의 죽음은 사회적 죽음”이라고 지적했다.
이유진 서혜미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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