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워싱턴=AP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홍콩 사태에 뒷짐지고 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직접 거론하며 인도적 해결을 강조했다. 중국은 홍콩에서 10분 거리인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에 병력을 집결했지만, 내달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앞두고 있어 무력진압 카드를 섣불리 꺼내기 어려운 상황으로 몰렸다. 점거 시위로 파행 운영되던 홍콩국제공항이 정상화된 가운데, 30만명이 거리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18일 도심 시위가 얼마나 폭력적인 양상으로 흘러 또다시 중국에게 개입의 빌미를 주느냐가 향후 국면을 좌우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시 주석이 홍콩 문제를 신속하고 인도적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면서 “개인적인 만남?”이라고 밝혔다. 또 “나는 시 주석을 매우 잘 안다”며 “그는 국민의 존경을 받는 위대한 지도자로 힘든 비즈니스도 잘하는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동시에 “물론 중국은 (무역)협상을 타결 짓고 싶어한다”면서 “그들이 먼저 홍콩을 인도적으로 다루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6월 초 홍콩 시위가 본격화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을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당초 “중국과 홍콩의 문제”라고 발을 뺐지만, 시위가 격화하면서 “아무도 다치지 않길 바란다”던 전날 트윗에 이어 홍콩 문제에 한발 더 다가섰다. 중국으로서는 상당한 압박으로 받아들일 만한 대목이다.
하지만 시 주석을 몰아세우지는 않았다. 오히려 시 주석을 띄워 주고 독려하면서 무역협상 카드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속내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아직은 홍콩 사태 해결이 최우선 관심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우선주의를 앞세워 전세계 경찰 역할을 저버린 트럼프 대통령은 전세계 어느 국가에서든 독재자의 인권 탄압을 적극적으로 비판한 적이 없다”며 “그가 가장 바라는 건 중국과의 무역협상 타결과 미국의 경제”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입장을 서서히 바꾸면서도 특유의 저돌적 화법은 자제하고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홍콩 시위 지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참모들의 조언을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자 참모진이 나팔수로 나서 경고 수위를 높였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의소리(VOA)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은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와 중국 정부의 탄압을 기억하고 있다”며 “홍콩에서 그와 같은 새로운 기억을 만들면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어 “의회 분위기도 매우 들끓고 있다”면서 “중국 정부가 단 하나의 실수라도 한다면 미국 의사당은 폭발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홍콩과 마주한 중국 광둥성 선전의 스포츠경기장 위성 사진. 인민해방군 차량이 집결해 있다. 선전=AP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미국의 엄포에 중국은 턱밑까지 겨눴던 무력동원 카드를 주저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관영 매체는 연일 “폭력시위는 테러”라며 강경진압을 주장하지만 중국 지도부는 좀더 신중하게 사태를 주시하는 모양새다. 홍콩 빈과일보는 15일 “홍콩 사태에 대한 시 주석의 최근 지시는 군대 동원 대신 준엄한 법 집행으로 최대한 빨리 혼란을 평정하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본토 병력이 아닌 홍콩의 경찰력으로 대처하라는 의미다. 외교 소식통은 “이달 초 개막한 전ㆍ현직 중국 지도부 모임인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이 무력투입을 강력 반대했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무력개입은 화를 자초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국무원 자문을 맡고 있는 스인훙(時殷弘) 인민대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중국이 직접 개입한다면 미국 등 강대국과의 관계를 해치고 중국의 자체 발전에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미국이 홍콩에 부여한 특별 지위를 철회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선전에 집결한 병력은 계속 현지에 머물며 홍콩 시위대에 맞서 무력을 과시하고 있다. AFP 통신은 15일 “선전의 한 스포츠경기장에서 인민해방군 수천 명이 행진하는 모습이 포착됐다”며 “내부에 장갑차를 배치하는 등 군사훈련도 진행했다”고 전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