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보 “중국 개입하면 대만서 반중국파 득세”
시위대 “700명 체포자 특별 사면해야” 요구
18일 오후 대규모 시위 예고, 분기점 될 듯
홍콩 시위대 측이 15일 배포한 포스터 [텔레그램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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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의 개입이 홍콩 사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중국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홍콩 사우나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5일 중국 개입 시 미·중 무역 전쟁에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국무원 자문을 맡고 있는 스인홍(時殷弘)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는 ”홍콩 경찰이 (시위 진압에)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 더 남아 있다“며 ”아직 중국 본토의 군 병력이 투입될 단계는 아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홍콩 금융 시스템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중국이 개입하면 미국이 홍콩에 대한 특별 지위를 철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콩 특별 지위는 미국이 1997년 홍콩 반환을 앞두고 중국에 비해 비자, 법 집행, 투자 등의 분야에서 특별 대우를 하도록 한 법안이다. 지난 6월 13일 홍콩 행정당국의 범죄인 송환법 개정 추진에 항의해 미 상원은 홍콩에 대한 기존 특별 대우를 매년 재평가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중국 외교부 산하 기관에서 국제경제를 강의하고 있는 베이징대 출신 왕융 교수도 ”홍콩은 많은 다국적 기업과 월스트리트의 투자자들이 중국 시장으로 진출하는 교두보“라며 ”중국 정부가 (홍콩 사태 개입으로) 미국 강경파들에 '공격 기회'를 만들어줘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개입이 홍콩 경제에 미칠 부정적 효과가 크다면서다.
홍콩 업계에는 시위에 따른 각종 행사 취소 등 여파가 속출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세계 최대 자산관리 회사 블랙록(BlackRock) 그룹이 다음달 2일 홍콩 포시즌 호텔에서 열릴 예정이던 회의를 내년 2월로 연기했다고 보도했다. 또 중국계 상장 회사들이 이달 말로 예정됐던 기자회견을 취소한 상태다. 상하이의 국제문제 전문가 선딩리는 “홍콩이 특별 지위를 상실할 경우 홍콩의 많은 기업들이 운영 마비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 도지사는 이달 말로 예정된 중국 출장 일정에서 홍콩 방문을 취소했다. 15일 NHK에 따르면 고이케 지사는 당초 홍콩의 금융 관련 세미나에 참석해 도쿄의 금융국제도시 구상을 홍보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가장 큰 방중 목적인 베이징시와의 자매결연 40주년을 고려해 홍콩 방문을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명보(明报)는 대만 문제를 언급하며 중국 중앙정부의 개입 자제를 촉구했다. 명보는 사설을 통해 ”시위가 공항 운영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 아니라 (홍콩) 정부가 시위대의 요구에 대응하지 않아 위기가 확대됐다“면서 “중국 중앙정부는 대만의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 군대가 홍콩 시위를 진압한다면 대만 총통 선거에서 반중국 후보에 유리한 선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공항 점거 시위. [epa=연합뉴스] |
홍콩 시위대는 주말인 오는 18일 오후 3시 빅토리아 피크 공원에서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주최 측은 집회 참여 인원을 30만 명으로 당국에 신고했다. 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민간인권전선은 이날 “정부가 질서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혼란을 자초한 건 시민이 아니라 (홍콩) 정부”라며 700명이 넘는 체포 시민에 대한 특별 사면과 송환법 전면 철회를 재차 요구했다. 또 “캐리람 장관은 (범죄인 인도) 송환법을 재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지난 7월30일 의회 안건으로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고도 주장했다. 홍콩 정부에 대한 시위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15일 중국 선전에서 군 병력이 훈련하는 장면 [AFP유튜브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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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AFP는 이날 중국 선전에 수천 명의 중국 군대가 들어와 훈련을 벌이고 있는 현장을 영상으로 전했다. 중국 군 병력이 인공기를 흔들며 행진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홍콩까지 직선 거리로 7km에 불과한 중국 선전시 스포츠센터 운동장에는 이미 군용 장갑차 수백 대가 집결해 있는 상태다. 후시진(胡锡进)환구시보 총편집인은 “중국은 언제든 홍콩 사태에 개입할 준비가 돼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오는 18일로 예정된 홍콩의 대규모 시위가 중국 군 개입 사태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박성훈ㆍ오원석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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