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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정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사건으로 기소된 전직 고위 인사들의 국고손실 혐의에 대해 최근 무죄 판단이 이어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검찰은 특활비 유용에 대해 뇌물 혐의와 국고손실 혐의를 함께 적용해 왔다. 그러나 이미 뇌물 혐의도 잇따라 무죄가 선고됐기 때문에 국고손실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가 늘어날 경우 검찰의 수사와 기소의 적정성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 朴정부 피고인 2심 대거 무죄
국정원 특활비 사건은 2017년 말 박근혜정부 국정원장 3명이 기소되면서 본격화됐다. 법원은 초기 "직무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이들의 뇌물 혐의를 무더기 무죄 판결했다. 그 대신 국고손실 혐의는 대부분 유죄로 봤는데 이젠 그마저도 인정하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 전직 검사장은 "지난 2년간 검찰의 수사와 기소가 적절했는지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점검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15일 매일경제는 박근혜정부 때 국정원 특활비 사건으로 기소된 피고인 10명(김재원·남재준·박근혜·안봉근·이병기·이병호·이재만·이헌수·정호성·현기환, 이상 가나다순)의 국고손실 혐의 27건(방조 혐의 포함)의 1·2심 판결을 분석했다. 그 결과 1심은 27건 중 25건이 유죄인 반면, 2심은 19건만 유죄로 나타났다. 유죄 인정 비율이 25% 가까이 떨어진 셈이다. 실제 6월 25일 박 전 대통령 2심은 국고손실 혐의 5건 중 4건을 유죄로 판단한 1심과 달리 무죄가 과반이었다.
이와 함께 2심이 끝났거나 진행 중인 이명박정부 피고인 6명(김백준·김성호·김승연·이명박·이현동·최종흡)의 1심은 국고손실 혐의 10건 중 단 2건만 유죄였다. 13일 김백준 전 대통령 총무기획관은 2심에서 면소(요건 미충족) 판결을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단순 횡령죄가 선고돼야 하나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국고손실 혐의를 사실상 인정하지 않았다.
앞서 법원은 지난해 6월 15일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 등의 1심에서 국고손실 혐의에 대한 첫 판단을 내렸다. 결과는 혐의 11건 모두 유죄였다. 이후 같은 해 7월 12일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비서관 1심도 혐의 8건 전부 유죄로 봤다. 같은 달 20일 박 전 대통령과 같은 해 10월 5일 이 전 대통령 1심 역시 혐의 대다수를 유죄로 인정했다. 하지만 그해 12월 11일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 등의 2심이 일부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한 달여 뒤인 올해 1월 31일 김성호 전 국정원장도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 '기관장=회계직원?'
주요 쟁점은 국정원장이 '회계직원책임법상 회계관계직원'인지에 대한 판단이다. 회계관계직원을 감독하고 회계에 대한 최종 책임을 지는 국정원장을 회계관계직원으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해석이 갈렸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 전 대통령과 김 전 국정원장의 1심 판결이다. 이 전 대통령 1심은 "국정원장은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유죄를 인정했다. 반대로 김 전 국정원장 1심은 "국정원장은 회계관계직원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돈을 '건넨 사람'과 '받은 사람'에 대한 판결이 엇갈린 것이다.
국고손실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5조에 규정된 범죄로, 회계관계직원이 공금을 횡령했을 때 가중처벌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횡령죄 처벌 단계 중 가장 엄격하다. 현행법상 국고손실이 5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1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특히 재판부가 '국정원장은 회계관계직원이 아니다'고 판단해도 회계관계직원과의 공모 관계에 따라 결과는 또 엇갈린다.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 2심은 "국정원장은 회계관계직원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중 이병호·이병기 전 국정원장에겐 회계관계직원인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과의 공모 관계가 인정돼 유죄가 선고됐다. 반대로 남 전 국정원장은 공모 관계가 인정되지 않아 무죄를 받았다.
◆ 법원 안팎 "대법원 판단 시급"
법원 안팎에선 "대법원의 교통 정리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가장 먼저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는 전직 국정원장들의 상고심이 특히 관심사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이미 논란이 거센 뇌물과 직권남용뿐 아니라 국고손실도 하루빨리 대법원 판단이 나와야 (하급심의)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6일엔 'DJ 뒷조사' 사건으로 기소된 박윤준 전 국세청 차장의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공보관실 예산 유용 혐의(국고손실)를 받고 있다. 국정원 특활비는 아니지만, 이 사안 역시 '대법원장을 회계관계직원으로 볼 수 있는지'가 주요 쟁점이다.
[송광섭 기자 /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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