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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수입원가 1만원짜리→3만원..똑같은 와인도 가격 ‘제각각’[김관웅 선임기자의 '비즈니스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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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와인의 경제학 와인가격의 비밀
각종 세금에 도소매 마진 붙여져 원가의 ‘3배이상’
수입선 다르고 수입원가 다르니 가격도 ‘들쭉날쭉’
할인 행사때면 반값으로 ‘뚝’…진짜 가격 알수 없어
와인 살땐 반드시 매장 서너 곳 돌아본 후 구입해야


파이낸셜뉴스

지난 12일 서울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와인 매장에서 모델들이 창립 40주년을 기념하는 와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이마트 성수점에서 모델들이 초저가 와인 '도스코파스 까버네쇼비뇽'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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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 와인 가격이 잘못 붙여진거 아닌가요? 이거 5만원이라고 해서 왔는데 가격이 다르네요."

"고객님, 5만원짜리 와인은 다 팔리고 이제 7만9000원짜리만 있습니다."

"아닌 것 같은데. 샤또 글로리아 2013년 빈티지 와인이 5만원이라고 며칠전 할인행사 문자가 와서 사러 온 것인데요. 이 와인 빈티지까지 똑같은데 왜 가격이 달라요?"

"수입사가 달라서 그렇습니다. 그 수입사가 가져온 5만원짜리 와인은 다 팔밀고 이제 다른 수입사가 수입한 와인만 남아 있어 그렇습니다."

얼마 전 대형할인점 A매장 내 와인코너에서 한 고객과 판매직원이 나눈 대화입니다. 똑같은 와인이고 빈티지도 같은데, 심지어 같은 매장에서 판매를 하는데 와인 가격이 다른 것은 왜 일까요. 사실 와인 매장을 자주 들르는 소비자라면 와인 가격이 어떻게 책정되고 유통되는지 궁금한게 한 두가지가 아닐겁니다. 어떤 날은 갑자기 와인을 반값 가까이 할인해서 판매하기도 하고, 며칠 뒤에 가보면 다시 원래대로 팔기도 하고, 어느게 진짜 가격인지 도무지 알 수 없을때도 많습니다. 또 해외에 나가보면 와인가격이 국내 유통가격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것을 보면 국내 와인 가격에 거품이 너무 심한게 아닌지 불신이 커지기도 합니다.

이렇듯 들쭉날쭉한 가격에 어느게 진짜 소비자가격인지도 헷갈리는 와인시장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와인 가격 구조부터 알아야 합니다.

■무거운 세금에 복잡한 유통구조 겹쳐 가격 급등

우리가 와인 소매점에서 직접 구입해 마시는 와인의 가격은 수입원가에 세금(주세+교육세+부가가치세), 수입업체 마진, 도매업체 마진, 소매업체 마진 등이 합쳐진 금액입니다. 예를들어 국내 수입사가 A 와인을 프랑스 현지에서 한 병당 10유로(1만3500원)에 구입하고 선박을 이용해 부산항을 통해 수입한다고 하면 한 병당 대략 400원의 운임(CIF 기준)이 발생합니다. 이렇게 되면 1만3900원이 실제 수입원가가 됩니다. 여기에 수입원가의 15%에 해당하는 관세 2085원과 관세를 포함한 총 금액의 30%에 달하는 주세 4796원, 주세를 포함한 총 금액의 10%에 해당하는 교육세 480원, 각종 수수료 등이 합쳐지면 실제 수입원가는 2만2420원으로 껑충 뜁니다.

여기에 국내 수입사가 마진을 10%만 붙여도 와인가격은 2만4663원으로 오르고, 도매업체 마진 10%, 소매업체 마진 10%가 순차적으로 붙게 되면 2만9842원까지 오르게 됩니다. 여기에 다시 부가가치세 (소비자가격의 10%)가 부과되면 현지에서 구입한 가격의 143.2%인 3만2826원이 최종 구매가가 되는 구조입니다. 그나마 이는 국내 수입상과 도매상, 소매상이 유통마진을 10%로 아주 적게 붙였을 경우가 이렇습니다.

수년전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와인가격의 구조를 분석한 결과 국내 수입업체의 유통마진 30%, 도매업체의 유통마진 20%, 소매업체의 유통마진을 30%에 달하는 것으로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대략적으로 따져보면 수입원가 1만원짜리 와인에 1만원 정도의 주류 관련 세금이 붙고 다시 유통마진으로 1만원 정도가 붙어 3만원 정도에 팔린다고 보면 됩니다.

■소매업체마다 수입원가 달라 와인가격 제각각

그런데 와인 가격은 왜 이렇게 들쭉 날쭉 차이가 날까요. 앞의 사례에서 든 것처럼 한 매장내에서 파는데도 이처럼 값이 다른 것은 여러 소매업체가 입점해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와인인데도 서로 수입사가 다르다보니 가격이 같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실제로 신세계, 롯데 등 국내 할인점의 와인매장에는 자체 유통업체 말고도 금양인터내셔널, 레뱅드매일, 와인나라, 나라셀라 등 유통회사들이 대거 입점해 있습니다. 각 소매업체마다 수입선이 다르고 수입원가가 다르니 가격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는 대형 할인점이 손님을 끌기 위해 소매업체에게 순차적으로 할인을 강요하면서 와인가격은 더욱 기형적으로 차이나게 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예를들어 대형 할인점에 납품하고 있는 한 업체에게 와인 몇개 상품의 유통마진을 확 줄여 납품하도록 하면 가격이 거의 절반 가까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할인 행사를 강요받지 않은 다른 소매업체의 와인은 정상 소비자가격을 달고 있습니다. 같은 매장내에 있는 같은 와인인데도 와인가격이 차이가 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반값 세일해서도 파는데 어느게 적정가격일까

일반 소비자들은 와인 매장에 표시돼있는 소비자가격이 제대로 된 가격인지, 가끔 할인행사를 통해 반값 수준에서 팔리는 가격이 진짜 가격인지 많이 궁금해합니다.

실제로 와인을 자주 구입하는 사람들은 와인을 살때 절대로 할인이 적용되지 않은 와인을 사지 않습니다. 백화점이나 할인점, 와인 전문매장 등을 가보면 1년 내내 특별할인 상품이 있기 때문이죠. 대대적으로 세일을 진행하는 기간이면 상당히 많은 상품에 반값에 가까운 가격으로 매장에 깔리고, 이 시기가 아니라 하더라도 일부 상품에는 반드시 할인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사실상 1년내내 세일이 이뤄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 어느 가격이 진짜 가격일까요. 와인 소매업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국내 대형할인점이나 백화점 등에서 할인행사를 통해 나오는 가격이 정상가격은 절대 아니지만 할인율이 적용되지 않은채 매장에 붙은 소비자가격도 진짜 가격은 아니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유추해보면 일반 소비자가격은 와인 유통업체들이 향후 진행할 할인행사를 대비해 가격을 높여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해서 할인행사를 통해 절반에 가까운 가격으로 풀리는 가격이 진짜 가격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평소 와인을 즐기는 한 지인은 와인을 살때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반드시 매장 서너 곳을 돌아본 후 구입한다고 합니다.

kwkim@fnnews.com 김관웅 선임기자

▶ 다음 편은 '해외서 선물용 와인 고르는 법'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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