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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반도체 초호황 덕분에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며 국가 세수에 큰 기여를 했다. 하지만 올해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눈에 띄게 둔해지면서 세수에서도 '반도체 쇼크'가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해 국세 수입 293조원 가운데 법인세 비중은 약 71조원으로 24%에 달했다. 이 법인세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2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5일 양사 반기보고서에 기재된 중간예납액을 기준으로 보면 연간 법인세 급감은 불가피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몇 년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연간 법인세는 중간예납액의 두 배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를 토대로 추산해보면 삼성전자는 올해 연간 2조6000억원 안팎의 법인세를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연간 법인세인 11조5837억원에 비해 22.4%에 불과한 수준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올해 약 1조원으로 작년(5조6203억원)과 비교하면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법인세를 납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재무제표상 표기되는 법인세 비용은 세법상 여러 조정을 거쳐 실제 기업들이 납부하는 법인세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2017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납부한 법인세는 각각 6조8000억원과 2조2000억원으로 재무제표와 다소 차이가 있었다.
이에 대해 회계법인 관계자는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되는 항목이 다르고 각종 공제가 적용되면 실제 법인세 납부액은 더 낮아질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동일 기준으로 집계된 수치를 통해 법인세가 얼마나 감소할지 가늠하는 수치로 참고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반도체 슈퍼 호황에 힘입어 제조업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50%대 꿈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매 분기 경신했다. 그러나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지난해 말부터 공급과잉이 심해지기 시작했고, 이는 올 상반기 메모리반도체 가격 추락을 불러왔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고정거래가는 지난해 7월 최고점인 8.19달러에서 올해 7월 2.94달러로 1년 만에 가격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고, 낸드는 최고점인 지난해 상반기 5달러에서 7월 말 현재 3.9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그 결과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108조원으로 지난해(119조원)와 비교해 큰 차이는 없으나, 영업이익은 30조5000억원에서 12조8300억원으로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반도체 사업에서 D램 비중이 높은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 매출액 13조2200억원, 영업이익 2조원으로 지난해 매출액 19조900억원, 영업이익 9조9400억원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2017년 400조원을 돌파한 국가예산 규모는 가파르게 증가해 올해 470조원까지 늘어났다. 재계 관계자는 "논의가 진행 중인 내년 예산 규모가 500조원을 훌쩍 뛰어넘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법인세 감소는 '세수 공백' 발생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에는 반도체 호황 덕분에 법인세가 당초 추산보다 8조원 가까이 늘어나 예산을 확장하는 데 큰 기여를 했지만, 올해는 반대 상황이 된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 수년간 반도체 경기에만 의존하면 투자 고용·세수 등 여러 방면에서 위험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며 "석유화학·조선 등 다른 산업들도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반도체 경기가 꺼지면서 세수에도 직격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하반기에 반도체 경기가 개선된다면 다소 상황이 나아지겠지만 현재로선 극적 반전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다. 미·중 무역분쟁이 계속되고 일본 수출규제 등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에서 반도체 업황이 최악으로 치닫기라도 하면 양사의 법인세 규모는 더 쪼그라들 수 있다.
이미 업황 부진이 장기화함에 따라 SK하이닉스는 낸드에 이어 D램 감산도 공식화했다. 삼성전자도 인위적 감산은 없다고 못 박았지만 메모리 생산라인 최적화와 공정 전환 등을 통한 생산량 자연 감소로 사실상 감산 조치를 하고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최근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D램 수급 전망에 대한 질문을 받고 "불확실성 가중으로 구체적 수급 전망을 제시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토로한 바 있듯이 D램 업황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상황이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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