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그동안 꾸준하게 밝혀온 '평화경제' 구상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그림'과 지향점도 제시했다. 15일 문 대통령은 "2045년 광복 100주년에는 평화와 통일로 하나 된 나라로 세계 속에 우뚝 설 수 있도록 기반을 단단히 다지겠다"면서 통일의 목표 시점을 제시했다. 광복 100년을 맞는 2045년을 통일된 한반도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비전을 밝힌 것이다. 그는 이날 이례적으로 통일의 목표 시점을 밝히며 평화경제를 통해 분단 체제를 극복하고 경제강국 건설을 이뤄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로 나아가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비핵화 달성·평화 체제 구축→평화경제로 공동 번영→통일로 광복 완성'으로 연결되는 구상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경축사 전반부에서 "우리가 원하는 나라는 완도 섬마을 소녀가 울산에서 수소산업을 공부해 (북한) 남포에서 창업하고 몽골과 시베리아로 친환경차를 수출하는 나라"라고 언급하는 등 평화경제에 대한 몇 가지 예를 들었다. 이는 한반도 경제공동체 속에서 남과 북의 청년들이 자유롭게 오가고 동북아를 무대로 경제협력을 펼치면서 대륙 철도·도로를 활용하게끔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2032년 서울·평양 공동 올림픽 유치를 통일의 중간 지점으로 설정하고 '2045년 통일론'을 띄웠다. 임기를 채워가면서 통일 문제에 대해 점차 상세하고 적극적인 입장을 밝히는 모양새다. 그는 남과 북이 각자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통일을 이루고 인구 8000만의 경제권으로 묶인다면 한국 경제가 세계 6위로 도약할 것이라는 영국 컨설팅사 CEBR의 전망도 이번 경축사에 담았다. 또 평화경제와 통일이 저출산·고령화와 성장동력 저하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경제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문 대통령이 이날 언급한 '평화경제' 관련 내용이 다소 모호하다거나 일부 내용이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는 "일본과의 확전을 자제하면서도 단호하고 절제된 대응 방향을 잡은 점이나 평화경제에 대해 생동감 있는 예를 들면서 방향성을 보여준 부분 등 전반적으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 교수는 "경축사 가운데 남북이 통일되면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이야기는 현실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속가능한 인구 수준을 유지하려면 합계출산율이 2.3명 수준은 돼야 하는데 북한도 이미 고령화가 진행되기 시작됐고 통일 이후에는 더욱 급격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연설문에 '북한 내에서도 시장경제의 도입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한 내용이 있는데 이것은 '시장화'와 '시장경제'가 엄연히 다른 개념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용범 기자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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