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빈 우석대교수(정치외교학)
'포용적 경제제도' 구축해야 '경제강국' 도약
선언이 아니라 구체적 정책실행이 극일과정
'교량국가' '남북통일', 이념대결 넘어 평화공존
홍석빈 우석대 교수(정치외교학) |
74돌 광복절 경축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새로운 한반도’를 위해 세 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자유무역질서에 바탕한 책임 있는 경제강국, 대륙과 해양을 아우르는 교량국가, 평화경제를 통한 남북통일이다. 자중하되 자신감을 바탕으로 극일(克日)의지와 함께 대화의 손도 내민 격조 있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악화일로에 있는 한·일 관계와 지난한 협상의 길이 놓여 있는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 속에서 광복 74돌을 맞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를 둘러싼 정세는 실로 엄중하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어둠과 안개로 차있는 느낌이다. 그러나 ‘램프를 만들어낸 것은 어둠이었고 나침반을 만들어낸 것은 안개였다’는 레미제라블의 작가 빅토르 위고의 말처럼 한민족은 ‘되찾은 빛으로 함께 밝혀갈 길’을 찾을 것이다.
당장 꺼야할 급한 불은 한일관계인 것처럼 보이고 나아갈 길은 극일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물론 극일해야 한다. 동시에 보다 더 넓고 깊게 멀리 볼 필요가 있다. 오늘 한반도 주변엔 일본 외에 미국, 중국, 러시아라는 열강의 이해관계가 쉴새 없이 중층적으로 충돌하고 있다. 극일은 우리가 풀어야 할 연립방정식의 여러 변수들 중 하나일 뿐이다.
◇‘포용적 경제제도’ 구축해야 ‘경제강국’ 도약
프로이센의 재상 비스마르크는 지난 수백 년 간 사십여 개의 소공국들로 흩어져 있던 독일 민족들의 통일을 1871년이 돼서야 실현해 냈다. 당시 유럽 4대 열강이었던 영국, 프랑스, 러시아, 오스트리아와의 지난한 정치·군사·외교·경제상의 갈등을 극복해 내고 독일통일의 위업을 달성했다. 이후 후발 산업국 통일독일은 1차 세계대전 발발 전 유럽 최대 경제강국이 됐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이후 분단된 독일이 다시 통일되고 경제강국이 되는 과정에 얼마나 많은 시련과 난관이 있었을지 짐작할 수 있다. 그 과정들 하나하나를 관리해내고 극복해내는 구체적인 전략과 전술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금 우리는 각자의 위치에서 바로 그런 일들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데 매진해야 한다.
첫째, ‘경제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국내외 기업들의 사업활동을 최우선적으로 지원해주고 공정한 분배가 가능한 포용적(inclusive) 경제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정치권은 일본을 향한 자극적 언사만 남발할 게 아니라 겹겹이 쌓여 있는 민생과 경제개혁의 법안들을 심도 있게 심사하고 처리해야 한다. 관료들은 기업이 자신의 고객이요 왕이라는 진솔한 의식과 태도로 기업활동을 제약하는 규제를 개혁하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정부 각 부처는 대·중·소와 벤처 등 각급 기업들이 디지털 혁명시대를 대비하고 선도하도록 총력 지원해야 한다. 선언이 아니라 구체적인 정책실행이 극일 과정에서 필요한 일들이다.
◇‘교량국가’ ‘남북통일’, 이념대결 넘어 평화공존
둘째, ‘교량국가’가 되려면 동북아시아 4대 열강과 북한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합의를 이루는 대안을 낼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정부 각 부문 정책 당국자들은 미·중 무역전쟁, 한·일 경제전쟁, 한반도 비핵화 등에 관한 각국 간 협상에 있어 주고받을 협상 대안들을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미 준비하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 행정부 주도 속에 정치권, 경제계, 학계가 서로 협력해 다양한 경우의 수에 대비한 대안들을 마련할 소통채널들을 구비하길 바란다.
셋째, 우리 민족에게 ‘남북통일’은 민족의 영원한 존속과 번영을 위한 출발점이다. 이념대결의 시대를 넘어 평화공존의 시대로 나아가야 할 때가 이미 한참 지났다. 과거와 현재가 싸우면 미래를 잃게 된다. 우리에게 통일은 이미 ‘과정’으로서 진행형이다. 한민족의 지혜와 역량을 모아 주어진 난관을 하나하나 넘다보면 미래 어느 때 ‘결과’로서의 평화통일이 우리에게 주어질 것이다. 정부가 남북, 남·북·미, 남·북·미·중, 남북과 4대 열강 간 협상이라는 고차원 통일방정식을 풀어나가는 데 국민의 성원과 지혜를 보태자.
광복절 축사에서 제시된 희망의 미래상과 벅찬 감동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여전히 냉혹하다. 밥은 한나절, 감동은 한 주일밖에 효과가 지속되지 않는다. 헤밍웨이는 ‘용기는 압박을 견디며 보이는 기품’이라 했다. 경제강국과 교량국가 전략을 통해 난관을 뚫고 극일을 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한반도 비핵화와 민족 숙원인 남북 평화통일의 여정에서 바람직하고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는 후대의 평가를 받는 정권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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