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채권시장에서 불황의 전조로 여겨지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10년 만에 발생하면서 세계경제에 '리세션(Recession·경기침체)'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높지만 경기침체가 예상되면 장기 안전자산에 자금이 과도하게 쏠려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더 높아지는 기현상이 일어난다.
14일(현지시간)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장중 한때 1.623%까지 떨어져 2년물 금리(1.634%)를 밑돌았다. 미 국채 30년물 금리도 장중 2.01%까지 하락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뿐 아니라 영국 국채에서도 동일한 역전 현상이 빚어졌다.
정상적 경제 상황에선 국채 장기물이 단기물보다 높은 금리를 받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이 같은 역전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면 경기침체의 신호탄으로 인식된다. 위험을 피하려는 투자 자금이 안전자산인 장기채로 쏠리면서 채권값은 오르고, 수익률(금리)은 가파르게 낮아지는 것이다.
특히 채권시장의 수익률 곡선 움직임은 경기변동을 미리 알려주는 선행 지표로 인식된다. 그동안 유럽과 중국 등에서는 경기침체 징조가 나타났지만 미국은 상대적으로 경제가 견고한 것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미국마저 경기침체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경고가 채권시장에서 흘러나오자 전 세계가 경기침체에 휩싸일 수 있다는 불안 심리가 더욱 커졌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에 따르면 1978년부터 40년 동안 채권시장에서 미 국채 10년물과 2년물 간 금리 역전이 발생한 것은 다섯 차례에 불과하다. 금리 역전이 발생하면 평균적으로 22개월 뒤에는 여지없이 경기침체로 이어졌다. 통상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분기 연속 감소세를 나타나는 현상을 리세션으로 정의한다.
독일이 올 2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중국의 7월 산업생산이 17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는 소식이 알려졌는데, 이것이 이날 미국시장에서 금리 역전 현상을 일으킨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
채권 투자자들이 이 같은 글로벌 경제의 움직임을 경제가 침체기로 접어들었다는 확실한 신호로 받아들인 셈이다. 끝을 가늠하기 힘든 미·중 간 무역분쟁이 실물경제에 본격적인 타격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10여 년 만에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하자 미국은 물론 아시아 증시까지 새파랗게 질렸다. 14일 미국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800.49포인트(3.05%) 급락했다. 올 들어 하루 기준으로 최대 낙폭이다. 아시아 시장에서는 일본 닛케이지수가 1.21%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다만 이번 역전 현상이 채권시장의 일시적인 요인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 서울 =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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