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육성은 정부가 할 일” “수익률 근거 있어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이자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인 이찬진 변호사는 최근 다른 기금운용위원들에게 일본 의존도가 높은 국내 핵심산업 부품·소재·장비 기업에 대해 국민연금이 투자하는 방안을 논의해보자고 제안했다. 국민연금 대체투자 분야에 부품·소재·장비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세부투자군을 개발해 투자를 해보면 어떻겠느냐는 것이다. 대체투자란 주식이나 채권 등 전통적 자산이 아닌 부동산·사회간접자본(SOC)·사모펀드 등 다른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외 대체투자 규모는 76조6천억원으로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 가량이다.
15일 이찬진 변호사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현재 국민연금 기금 대체투자는 부동산에 집중돼 있고, 국내 벤처에 대한 투자는 펀드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1조원 정도로 규모가 작은 편”이라며 “부품·소재·장비사업 분야 기업은 중장기 연구개발 투자를 할 수 있는 금융조달 능력이 부족해 장기 투자 성격의 자본 조달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국민연금이 중장기 투자자로서 건실한 중소기업에 투자할 경우 일자리 창출이나 건강한 산업 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또 “국민연금이 국내 자본시장에서 주로 코스피 200 기준, 대기업에만 투자하는데 대한 비판이 있으므로, 새로운 투자군을 발굴해 대체투자 분야에서 실력을 키워보자는 의미”라며 “지분 투자에 대한 위험 부담이 크다면 재무투자(기업 경영·사업 운영에 참여하지 않고, 수익 목적으로 투자자금 조달) 형식으로 신주인수권부사채(BW)나 전환사채(CB)를 받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제안에 대해 정부 정책에 맞춰 국민연금 기금을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다. 건실한 부품·소재 기업의 경우 이미 국민연금 투자 포트폴리오에 포함돼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재벌개혁을 주장해 온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특정 기업 육성은 연구개발 지원, 자금조달 비용을 줄여주는 금융 지원 등 정부 재정이 담당해야 할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또 “비상장 기업 가치 평가엔 전문성이 필요하므로 국민연금이 직접 투자하는 건 적합하지 않으며 간접 투자 확대도 안정성 측면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는 “주식·채권 이외 분야에 분산투자를 하는 건, 수익률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위험도를 낮추거나 같은 위험도에도 전체적인 수익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제안을 하려면 기존 투자 방식에 견줘 위험도가 더 높지 않다든가, 더 낮은 수익률을 가져오지 않는다는 근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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