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왼쪽), 윤석열 대통령(가운데), 김영선 전 의원(오른쪽). 한겨레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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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6·1 재보궐 선거를 한달 앞두고 김영선 전 의원 공천에 관여했다는 육성녹음이 공개되면서 윤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통령 당선자였던 통화 시점 이후에도 대통령 신분을 이용해 재보궐 선거에 관여했는지가 수사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직선거법 86조에서는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나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때는 3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600만원 이하 벌금형을 규정하고 있다. “(국민의힘) 공관위에서 나한테 (공천 명단을)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건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다”는 윤 대통령의 육성은 본인이 김 전 의원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진술이나 다름 없다. 다만, 윤 대통령과 명씨가 이 대화를 나눈 시점은 2022년 5월9일이라고 더불어민주당은 전했다. 대통령에 취임하기 직전에 당선자 신분 때의 대화인 셈이다.
대통령 당선자는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을 통해 임기 시작 전 국무위원을 지명하고 인수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는다. 이 법에선 위원장·부위원장·위원이나 직원 등은 공무원으로 본다고 명시했지만, 당선자에 대한 공무원 신분 여부는 따로 규정하지 않았다. 의제 규정이 없어 대통령 당선자를 공무원으로 볼 수 없다는 게 검찰 안팎의 시각이다.
그러나 명씨와의 통화 시점을 선거에 대한 윤 대통령의 영향력 행사가 종료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윤 대통령과 명씨 통화 다음날인 2022년 5월10일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김영선 전 의원을 경남 창원의창 후보로 확정했다. 윤 대통령 임기가 시작된 첫날이었다. 민주당의 ‘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 단장인 서영교 의원은 “(공천 지시) 행위가 영향을 미친 공천 발표가 임기 중에 일어났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명씨와 통화한 날은 당선자 신분이었지만 대통령 임기가 시작(2022년 5월10일 0시)된 뒤에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도 수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선거 수사 경험이 많은 한 법조인은 “대통령 당선자를 공무원으로 해석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통화 내용을 보면 대통령 임기가 시작된 5월10일 이후에도 재보궐 선거에 관여했을 정황이 있기 때문에 수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공천 개입을 처벌한 전례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의 공천을 위해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에 영향을 끼쳤다는 혐의가 인정돼 징역 2년이 확정됐다. 김 전 의원 1명을 콕 집어 ‘공천을 주라고 했다’는 윤 대통령보다 간접적인 행위였는데도 유죄가 인정된 것이다. 이 사건을 기소한 사람이 윤 대통령이었다.
현직 대통령은 내란·외환 범죄를 제외하고는 불소추 특권을 갖지만, 다른 범죄의 공소시효는 임기 중 정지되므로, 대통령직을 떠난 이후엔 기소될 수 있다. 창원지검이 명씨와 김 전 의원 소환을 앞두고 있지만 사건은 81차례 여론조사 실시 등 정치자금법 위반을 넘어 윤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의혹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윤 대통령이 장악하고 있는 검찰 조직이 아닌 특검이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대통령 녹취까지 나온 이상 현실적으로 창원지검에서 수사하기 쉽지 않다. 대통령을 정면으로 조준하기 위해선 최소한 수사인력 50명은 투입해야 한다”며 “특검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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