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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D-4 미국 대선, 워싱턴 특파원이 설명해드립니다 [The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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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달 30일 미국 대선 경합주인 펜실베이아주 유세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전날인 29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같은 주에서 지지를 호소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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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시간이 없지 관심이 없냐!’ 현생에 치여 바쁜, 뉴스 볼 시간도 없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뉴스가 알려주지 않은 뉴스, 보면 볼수록 궁금한 뉴스를 5개 질문에 담았습니다. The 5가 묻고 기자가 답합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11월5일)가 이제 나흘 뒤로 다가왔습니다. 지난 7월 조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해 민주당 후보가 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줄곧 앞서왔는데요.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추격에 성공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둘의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아 최종 승자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인데요. 기세 좋았던 해리스 부통령은 왜 막판에 밀리는 걸까요? 재임 시절 엄청나게 비판받았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어떻게 다시 대세가 된 걸까요? 이본영 워싱턴 특파원에게 물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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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1] 지금 누가 앞서나요? 정말 트럼프인가요?



이본영 특파원: 지난달 26일 나온 에머슨대-CNN의 여론조사에서 양쪽 지지율은 48% 대 48%로, 똑같았어요. 그 하루 전날 발표된 뉴욕타임스-시에나대 여론조사 결과도 같았고요. 지난달 23~24일 발표된 월스트리트저널과 CNBC 조사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각각 2%포인트 앞섰어요. 선거 막판에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기울고 있는 건 맞아요. 선거 전문 사이트 538은 지난달 27일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의 승리 확률을 각각 54%, 45%로 예상했거든요. 이코노미스트의 예측도 55% 대 45%로 비슷했고요.





하지만 트럼프 승리를 장담할 순 없어요. 경합주 7곳이 박빙이거든요. 다수 여론조사 결과에서 둘의 지지율 차이가 1%포인트 미만이에요. 동률이라고만 분류되는 곳들도 있고요. 지금 경합주로 불리는 곳들은 2016·2020년 대선 승패를 좌우했던 곳이니 양쪽이 얼마나 치열하게 달려들겠어요? 일진일퇴, 난형난제죠. 결국 뚜껑을 열어봐야 할 거예요. 경합주들을 (두 후보가 각기) 나눠 가질 가능성, 한명이 싹쓸이할 가능성 모두 있다고 봐요.





[The 2] 해리스 부통령은 막판에 왜 밀리는 거죠?



이본영 특파원: 속된 말로 ‘약발 떨어진 거’라고 볼 수 있어요. 7월 말에 후보를 바이든 대통령에서 해리스 부통령으로 교체하면서 한 번 뜨고, 다음 달에 전당대회 효과로 한 번 또 뜨고, 9월 텔레비전 토론으로 또 뜨고, 언론도 좀 도움이 됐고…. 그런데 그다음에 뭐가 없었잖아요. 분위기를 이어가려면 본인이 어필(마음을 끎)하는 게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었던 것 같아요. 뭐 하나가 (유권자의) 마음에 딱 박히는 그런 느낌 있잖아요. 그게 정책이든 구호든 제스처이든 애드리브든, 그런 게 안 보인 거죠.





물론 해리스 탓만 하기도 좀 그래요. 그냥 묻어가는 부통령 후보였다가 갑자기 대통령 후보가 됐잖아요. 그런 상태에서 바이든의 유산, 바이든의 선거 전략과 정책을 그대로 이어받는다고 할 수도 없고요. 그럼 새로운 걸 내밀어야 하는데 그건 부족하고요.





지금 바이든 대통령의 업무 수행 지지도가 40% 될까 말까 해요. 미국에서 그 정도 업무 수행 지지도를 보인 대통령이 속한 당이 정권 연장한 적이 없다고 하는데요. 요즘 해리스는 자기 행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의 연장이 아니라는 말을 자주 해요. 그렇다고 해서 바이든을 부정하지도 못하죠. 자기가 바이든 행정부 2인자였고, 또 함부로 비판하다간 바이든 지지자들이 반발하니까요. 그런 약점과 딜레마를 안고 선거를 치르고 있는 거예요.



한겨레

지난달 21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블랙 마운틴에 있는 한 도서관에서 유권자들이 대선 사전 투표를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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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3]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인 히스패닉과 흑인 유권자 일부가 해리스에게서 등을 돌린다고 해요. 왜 그래요?



이본영 특파원: 일단 경제적 불만이 큰 것 같아요. 흑인과 히스패닉(중남미 출신자들과 그 후손들)은 전반적으로 곤궁한 집단이잖아요. 저축 여력은 없고 그냥 버는 대로 쓰면서 삶을 이어간다고 해서 ‘페이체크 투 페이체크(paycheck to paycheck)’로 산다고 하거든요. 페이체크는 급료로 주는 수표를 말하죠.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산다는 뜻이에요. 그런 상황에서 물가가 팍 올랐잖아요. 그러잖아도 빠듯한 살림이 더는 어떻게 하기 힘든 지경이 되는 거죠.





흑인과 히스패닉에서 특히 젊은 남성을 중심으로 트럼프한테 쏠리고 있는데요. 그동안 민주당을 열심히 밀어줬는데 자기들한테 해준 게 뭐냐, 해리스는 우리는 신경도 안 쓴다, 이런 평가와 정서가 있다고 해요. 또 미등록 이주자 문제도 있어요. 히스패닉계면 국경을 넘어오는 중남미 출신자를 반기지 않을까 싶지만, 꼭 그렇지는 않거든요. 월경자(국경을 넘는 사람)들과 일자리 경쟁을 해야 할 수도 있잖아요. 자기들은 미국 시민권자 내지 영주권자로서 지켜야 할 기득권이 있는 거죠. 그런데 트럼프가 미등록 이주자 문제 ‘해결’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어서 표심이 움직이는 거로 보여요.





​[The 4] 미국인들은 왜 트럼프에게 두 번째 기회를 주려고 해요? 재임 시절 논란을 많이 일으켜서 민주당에 정권을 내줬잖아요.



이본영 특파원: 이 매우 미스터리한 현상에 대해 긴 답변을 요구하는 것 같은데요. 핵심 키워드는 배외주의(외국의 사람, 문화, 물건, 사상 등을 배척하는 주의), 백인 민족주의가 아닐까요? ‘미국의 주인은 자기들이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트럼프의 노골적 배외주의에 호응하는 거죠.





트럼프는 삶의 전망 없음에 좌절하는 이들에게는 복음을 전하는 사람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요. 한참 아래로 봤던 아시아인들이 대도시에서 좋은 일자리를 잡아 떵떵거리고, 기존 엘리트는 자기들을 신경 써주지 않으면서 무지렁이 취급하는 것 같고, 세금은 걷어서 군산복합체(군부와 대규모 방위산업체의 상호의존체제)의 배나 불려주는 것 같고…. 그런데 트럼프가 뭐라고 했죠? 응징(retribution)해준다잖아요. 딥스테이트(숨은 권력 집단), 내부의 적을 소탕한다고 하고요.





즉, 트럼프가 그들을 위해 신의 채찍이 돼준다는 거예요. ‘아, 내가 못나서 이러나?’ ‘저 외국서 온 저것들 때문에 이렇게 된 것 같은데 쪽팔려서 말은 못하겠네’ ‘워싱턴에 있는 놈들, 아시아 놈들하고 짝짜꿍해서 우리를 등쳐먹네’라는 생각을 품었던 사람들이 분노의 출구를 찾은 거죠. 열등감을 정당한 분노로 포장해주고, 왠지 발설하기가 꺼려졌던 자신들의 말을 어엿한 중앙정치의 담론으로 인정해주고, 강력한 인물이 자신들과 똑같은 어법을 쓰고…. 이런 것들이 트럼프를 그들의 대리인, 구세주로 만들어준 거 같아요. 이제 그들은 비로소 정치의 주인이 됐다고 생각하겠죠. 트럼프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그건 사기라고 보겠지만요.





또 트럼프의 특출난 능력 중 하나는 지지자들이 원하는 거짓말을 잘한다는 거예요. 트럼프가 아이티 출신 이민자들이 남의 집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는다며 근거도 없는 거짓말을 해서 질타를 받은 적이 있죠. 그런데 그건 지지자들이 원하는 거짓말이었어요. 입증하기는 어렵지만. 전 그 거짓말이 작은 전환점이 됐다고 봐요. 그전에는 언론이 해리스한테만 집중하고 트럼프는 외면했는데, 하도 황당한 소리를 하니까 비로소 다시 쳐다보기 시작한 거죠. 지지자들은 ‘거봐, 중남미 이민자들, 걔들이 그런 애들이라니까’라며 맞장구를 친 거고요. 지지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주고, 때로는 그들을 즐겁게 만들어주고,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보는 거짓말이 그의 주무기예요.





[The 5] 한국엔 누가 되는 게 더 나아요?



이본영 특파원: 누가 되든 정신 바짝 차려야 해요. 제가 볼 땐 트럼프와 해리스를 비교하면 이런 거 같아요. 한쪽은 인상 쓰면서 우악스럽게 팔을 비틀고, 다른 쪽은 웃으면서 살살 비트는 사람들이랄까. 어느 쪽이 더 나쁘고 어느 쪽이 좀 나을까요? 그걸 질문이라고 하냐고요? 고통과 불쾌감의 정도는 분명히 차이가 있겠죠.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한국 팔을) 세게 비틀든 살살 비틀든 (한국이) 꼼짝 못 하는 건 마찬가지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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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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