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건 중 9건만 가결… 처리율 고작 18.7% / 대부분 ‘대안반영폐기’돼 맹탕 발의 오명
20대 국회가 극단적 대결을 거듭하며 ‘식물 국회’란 오명을 뒤집어쓴 데 이어 제74주년 광복절 앞에서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나 일제강점기 희생자 실태조사나 지원을 담는 법안조차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15일 세계일보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일제강점기 관련 법안은 48건 중 단 9건만 처리돼 법안 처리율이 18.7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처리된 법안 대부분도 ‘대안반영폐기’돼 알맹이 없는 ‘맹탕 발의’였다는 평가다. 대안반영폐기란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많이 제출된 경우 해당 법안의 취지를 담은 대안을 만들고 원안은 폐기하는 경우를 뜻한다. 국회 차원에서 보다 진정성을 갖고 일제강점기 피해자들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에선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지원 관련 법안 24건,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 조사 관련 법안 12건,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인권재단 등 설립법 12건이 각각 발의됐다. 이 중 원안가결처리된 경우는 2017년 11월 제354회 제13차 본회의에서 가결된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생활안정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과 지난해 9월 제364회 제6차 본회의에서 처리된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 등 단 2건에 불과했다.
특히 한·일 관계와 맞물려 민감한 이슈인 일본군위안부 지원사업은 대동소이한 법안들이 대거 발의돼 7건이나 대안반영폐기로 처리됐다.
전문가들은 국회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하는 한편 의정활동이 ‘보여주기식’으로 흐르는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일제 강점 법안 처리율이 낮고 비슷안 법안들이 많은 것은 현실성을 고려하지 않고 감정에 호소하는 측면이 크다는 의미다. 대중에 어필할 입법만을 쫓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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