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리는 15일 제74회 종전일을 맞아 도쿄 지요다구 부도칸에서 열린 전국전몰자추도식 기념사에서 “일본은 전후 일관되게 평화를 중시하는 나라로서 한길을 걸어왔다”, “전쟁의 참화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을 것” 등 일본의 역할을 강조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한국, 중국 등 아시아를 전쟁의 참화로 몰고간 데 대한 반성이나 가해책임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 1993년 호소카와 모리히로 정권 이후 일본 총리들은 모두 종전 기념사에서 자국의 가해책임을 언급해 왔다. 아베 총리도 1차 집권 때인 2007년 종전일에는 “많은 나라에 커다란 손해와 고통을 줬다. 전쟁의 반성에 입각해 부전의 맹세를 견지하겠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2차 집권을 하고 나서 처음 맞은 2013년 종전일부터는 이런 표현을 쓰지 않고 있다.
아베 총리에 이어 발언에 나선 나루히토 일왕은 “소중한 목숨을 잃은 수많은 사람들과 유족을 생각하며 다시금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깊은 반성의 바탕 위에 두 번 다시 전쟁의 참화가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은 “(부친인) 아키히토 상왕이 2015년 추도식부터 사용해 온 ‘깊은 반성’이라는 표현을 똑같이 쓰는 등 상왕의 발언을 대부분 계승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아베 총리는 측근인 이나다 도모미 자민당 총재 특별보좌관을 통해 야스쿠니신사에 돈을 보내면서 “우리나라의 평화와 번영은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영령들 덕분으로 이에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는 뜻을 전했다.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논평을 내고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신사에 공물료를 봉납한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일본의 정치 지도자들이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반성을 실제 행동으로 보여 줄 것을 촉구하며 이러한 자세가 바탕이 될 때 한일 관계가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하고 나아가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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