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리프트 사고 장면 CCTV에 포착…근로자 탄 리프트카가 넘어가면서 추락
경찰, 현장 소장 등 참고인 조사…"21층 마스트 철거 중 추락 가능성"
또 사고는 건물 외벽에 설치된 마스트 상단까지 올라가 있던 리프트카가 무슨 이유인지 왼쪽으로 기우뚱 기울면서 하단의 마스트를 잡아끌듯이 추락했다. 불과 3∼4초 만에 순식간에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용 승강기 추락사고 현장 감식 |
이 사고의 원인을 수사 중인 강원 속초경찰서는 사고 직후 주상복합아파트 공사장의 현장 책임자 A씨와 사고 근로자들이 소속한 리프트 장비 업체 관계자 B씨 등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벌였다.
A씨는 경찰에서 사고 당일인 지난 14일 오전 8시 10여분께 체조와 안전교육을 마친 뒤 근로자들이 작업에 투입됐으며, 현장 투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쾅'하는 소리가 들려 달려가 보니 리프트가 추락해 있었다고 진술했다.
사고 신고 시각은 오전 8시 28분이었다. A씨의 진술대로라면 사고로 숨진 변모(35)씨 등은 현장 투입한 지 불과 10여분 만에 15층 또는 21층 높이에서 리프트와 함께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공사장 인근 건물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사고 장면을 보면 그야말로 순식간에 추락했다.
당시 사고 근로자들이 탑승한 3∼4m 크기의 리프트카가 어떠한 이유로 균형을 잃고 기우뚱 뒤로 넘어가면서 철제 구조물인 마스트를 잡아끌듯이 추락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추락 잔해물 상태도 정사각형의 마스트 4곳의 볼트가 결속돼 있어야 하지만 일부는 볼트가 이미 풀려있는 것도 발견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이를 종합적으로 미뤄볼 때 빠른 해체 작업을 위해 미스트의 연결 볼트를 미리 풀어 뒀거나 아파트 외벽에 마스트를 고정하는 장치인 '월타이'가 제대로 결속되지 않는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사고가 난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
또 현장 투입 직후 사고가 났다는 진술과 리프트카가 마스트 맨 위까지 올라가 있는 장면이 포착된 CCTV 영상으로 볼 때 추락 지점은 당초 알려진 15층 높이가 아닌 철거작업 시작 지점인 21층 높이일 가능성이 높다고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속초 아파트 공사용 승강기 추락…6명 사상 |
사고로 숨진 변씨 등은 4명이 한팀을 이뤄 아파트 외벽에 설치된 총 4기의 건설용 리프트를 철거하는 작업에 투입됐다.
아파트 리프트 철거 작업은 아파트의 내부 엘리베이터 설치가 마무리돼 작동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17년 1월 착공한 이 아파트는 올해 12월 준공을 앞두고 있었다.
변씨 등 사고 근로자들은 지난 5∼9일 총 4기 중 2기의 리프트를 철거한 데 이어 세 번째 리프트도 31∼21층까지는 이미 철거했다. 그러나 이후 날씨가 좋지 않아 4∼5일간 작업을 중단한 상태였다.
사고 당일은 세 번째 리프트를 21층부터 철거하던 중이었으며, 이 과정에서 21층에서 15층까지의 마스트 13단이 변씨 등 근로자가 탄 리프트카와 함께 지상으로 추락했다.
경찰은 사고 잔해물을 3D 스캐너 장비로 입체적으로 촬영하는 등 현장 감식을 벌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분석이 나오는 대로 원인 규명을 한 뒤 관련자들의 과실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사망 근로자 유족들과 사고 아파트 건설사 측은 지난 14일 밤 숨진 근로자들이 임시 안치된 속초 보광병원 장례식장에서 5개 사항에 대해 합의하고 유족 뜻에 따라 근로자의 시신을 각자의 연고지로 옮겼다.
이 과정에서 건설사 측이 사고가 난 리프트에 누가 탑승하고 있었는지 등 근로자의 작업 위치를 설명하지 못하자 유족 측으로부터 "어떻게 근로자 위치도 제대로 모르냐"며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한편 사고가 난 구조물은 정식 명칭은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해 분류된 '건설용 리프트'다. 승강기안전관리법에 의해 분류되는 승강기나 엘리베이터와는 다르다.
공사용 승강기 추락한 아파트 건설현장 |
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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