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피스텔을 숙박업소로 바꿔 장사하는 건 불법인데, 이걸 뻔히 알면서도 관광객들을 상대로 불법 영업을 벌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속이 나올 경우, '친구에게 신세 지는 거라고 말하면 된다'는 꼼수까지 알려준다는데, 그 실태를 밀착카메라 정희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여행 가방을 끌고 건물 안으로 우르르 들어가는 사람들.
엘리베이터는 꽉 찼습니다.
공유 숙박 플랫폼 에어비앤비를 통해 이곳에 숙박을 하러 왔다는 대만 투숙객.
[비비안/대만 투숙객 : (호텔보다) 편하고, 요리할 수 있고, 넓으니까요.]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캐리어를 끌고 드나드는 이곳은 오피스텔입니다.
이곳을 보시면 구청에서 붙여놓은 불법 숙박업 운영 금지 안내문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오피스텔 안에 있는 호실 최소 수십 개가 공유 숙박 업소로 사용되는 걸로 추정됩니다.
정작 이게 불법이라는 걸 아는 투숙객은 많지 않습니다.
[비비안/대만 투숙객 : 불법이라고요? 정말요? 그럼 제가 이제 어떻게 하면 되나요?]
에어비앤비에서 홍대입구역 인근 숙소를 찾아봤습니다.
홍대입구역과 바로 연결돼있다는 이 숙소, 역시나 오피스텔입니다.
실태 파악을 위해, 직접 예약하고 찾아가 봤습니다.
층별 안내판에는 예약한 호실이 회사 사무실인 것처럼 적혀있지만, 들어가 보니 영락없는 객실입니다.
[투숙객을 위한 쓰레기 배출 안내문이 이렇게 적혀 있긴 하네요.]
숙소 곳곳에는 중국어와 영어로 된 안내문도 붙어있습니다.
우선 투숙객 입장에서 살펴보니, 안전이 우려됐습니다.
소화기는 커녕, 정상적인 숙박업소라면 갖췄을 '화재시 피난안내'도 같은 게 방 안엔 아예 없었습니다.
홈페이지 안내를 보니까 화재랑 일산화탄소 경보기는 있는데 소화기에 대한 안내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또 불법이다 보니 사고가 나더라도 투숙객 피해 보상이 쉽지 않습니다.
투숙객들이야 며칠 머물다 가면 그만이지만, 정작 매일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오피스텔에 입주해 살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A 오피스텔 입주민 : (외국인들이) 복도에서 그냥 잔 들고 돌아다니면서 그냥 파티를 해요.]
단체 객들 같은 경우에는 05:23 한 층에 두세 개를 빌려 가자고 밤에 그 문을 다 열어놓고 본인들끼리 오가면서…
[A 오피스텔 입주민 : 단체 객들 같은 경우에는 한 층에 (방을) 두세 개를 빌려 가지고 밤에 그 문을 다 열어놓고 본인들끼리 오가면서…]
내국인 투숙객들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A 오피스텔 입주민 : (주변에) 아이돌 카페 같은 거를 행사를 많이 해요. (국내 팬들이) 다 같이 모여서 이런 데다가 방을 잡아서 술 마시고 밤새 뮤직비디오를 틀어놓고 떼창을 하면서…]
밤까지 기다려본 취재진, 이곳은 잠들지 않았습니다.
투숙객들이 마구 버리고 가는 쓰레기 문제도 심각합니다.
방금 투숙객이 버리고 간 쓰레기 봉투 안에는 음식물부터 옷까지 다양했습니다.
[A 오피스텔 관계자 : {선생님이 일일이 이거 다 봉투 푸셔서 이렇게 다 분리하고} {작업하시는 거예요?} 그렇죠. 옷도 버리고 가더라고요.]
사실 유명 관광지 근처 오피스텔마다 불법 공유형 숙박 업소가 성행한 건 꽤 오래전 부터입니다.
하지만, 단속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취재진이 직접 '단속 나올 수도 있는데 괜찮냐'고 한 업자에게 묻자, "친구 사무실에 묵는 것이라 말하면 된다"고 알려줍니다.
[B 오피스텔 경비원 : (신고)해봤는데 씨알도 안 먹혀. 그냥 구류를 집어넣든지 벌금을 과하게 때리든지 이렇게 해야 이게 없어질 텐데…]
어렵게 적발에 성공해 업주를 내쫓아도, 곧바로 또 다른 업자가 들어와 객실로 운영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A 오피스텔 입주민 : 경찰도 많이 부르고 싸우기도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이게 뭐 제가 나가지 않는 이상 해결이 안 되기 때문에 그냥 포기하고 살아요.]
'에어비앤비'는 지난달부터 새로 등록하는 숙박업체는 영업신고증을 반드시 내도록 방침을 바꿨습니다.
기존 등록된 숙소도 내년 10월부터는 영업신고증을 제출해야 합니다.
불법 영업이 어느 정도는 줄어들겠지만, 후발 주자 업체들로 옮겨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런 불법 공유 숙박시설 때문에 수년 간 입주민들은 겪지 않아도 될 소음 문제, 쓰레기 문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놀러 온 관광객 역시 영문도 모른 채, 불법 시설에 묵는 '동조자'가 되고 있습니다.
과연 공유 업체만 바뀌면 될 문제일까요?
[작가 유승민 / VJ 박태용 / 영상편집 김영선 / 취재지원 박찬영]
정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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