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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반달이 가슴에 든 피멍, 이대로 둘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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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장 ‘불법 증식’ 적발하고도

보호시설 없다며 그대로 방치해

좁은 울타리서 고통스러운 생활

“불법 증식 막을 제도 강화해야”

경향신문

경기 용인의 한 농가에서 불법 증식된 것으로 확인된 반달가슴곰의 모습. 녹색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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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 자체가 불법인 물건을 누군가가 가지고 있는 것을 행정기관이 적발하고도 몰수 처리를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사실상 불법 소유를 묵인하는 셈이기에 행정기관에서 범죄를 묵인·방조한다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불법 소유 사실을 적발하고도, 몰수해 이동시킬 시설이 없다는 이유로 몰수가 집행되지 않는 사례가 있다. 바로 사육곰 32마리를 불법 증식한 사실이 적발되고도 여전히 해당 곰들을 보유하고 있는 경기 안성·용인의 한 곰농가 이야기다.

15일 녹색연합에 따르면 안성과 용인의 사육장에서 총 125마리의 곰을 사육하고 있는 ㄱ씨 곰농장에서 32마리는 불법 증식한 개체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이들 사육곰은 농장을 떠나 적절한 시설로 옮겨져야 했지만 정부는 곰들을 보호할 시설이 없다는 이유로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지난 3월 기준으로 ㄱ씨가 합법적으로 사육할 수 있는 곰은 총 93마리로 이 중 사육곰이 74마리, 전시관람 용도로 전환한 곰이 19마리이다.

이 곰농장이 사육과 전시관람 용도의 두 종류 곰을 보유하게 된 것은 정부가 2014~2016년 사육곰산업 종식을 위해 중성화수술을 시행하면서부터다. 당시 환경부는 농장주가 일부 곰을 전시관람 용도로 전환할 경우 중성화를 시키지 않아도 되도록 예외를 허용했다. 그런데 이 농장에서는 행정기관의 관리 소홀을 틈타 2016년부터 전시관람 용도의 곰을 이용해 불법으로 곰을 번식시키기 시작했다. 매년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이 불법 증식을 적발해 각각 200만~4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지만 농장주는 아랑곳하지 않고 곰을 불법 증식시켰다. 더욱이 이 농가에서는 곰을 식용으로 이용한 정황도 포착됐다(경향신문 6월14일자 16면 보도).

2016년 이 농장에서 적발된 불법 증식 사육곰은 5마리였고 2017년에는 9마리, 2018년 8마리, 2019년 10마리다.

환경부의 사육곰산업 종식 의지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많은 수의 곰이 이 농장 한곳에서 새로 태어나 좁은 우리에서 고통스러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2016년 첫 적발 때부터 곰을 몰수해 적절한 보호시설로 이동시켰어도 이 같은 불법행위가 계속됐겠느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다행히 최근 환경부는 이처럼 비정상적인 상황을 끝내기 위한 조치로 내년도 예산안에 몰수한 곰을 보호하기 위한 시설 조성비용을 포함시켰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정미 의원에 따르면 환경부는 몰수곰 보호시설 공사비로 90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아직 기획재정부의 문턱을 넘어야 하지만 곰들의 고통을 끝내기 위한 단초가 마련된 것이다. 이 의원은 “정부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반달가슴곰이 더 이상 불법증식되지 않도록 현행 제도를 강화하고, 몰수보호시설 건립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국제적 멸종위기종 불법증식에 대한 처벌 조항을 강화하도록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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