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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신조어사전] 관크 - 날로 다양해지는 방해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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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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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최초의 서부영화이자 초기 영화 중 대히트를 기록한 영화 ‘대열차강도(1903)’는 공개 당시 수준 높은 서사 흐름과 장면 구성으로 관객들의 큰 반응을 얻었다. 특히 강도단이 민병대의 추격을 받아 사살된 후 강도 중 한 명이 관객을 쳐다보며 정면에서 총을 쏘는 장면은 당대 관객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는데, 한 상영관에서는 마지막 장면을 보고 관객이 기절하는 사건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죠스’가 개봉한 1975년엔 영화 주인공(?)인 백상아리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돌연 관객이 심장마비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한 사고도 있었다. 영화의 실감이 본의 아니게 관객에게 폐를 끼쳤던 사례들이다.


관크는 본다는 뜻의 한자 觀(관)과 ‘비판적인, 비난하는’ 뜻의 영단어 critical이 합쳐진 단어로 영화관이나 공연장에서 다른 관객의 관람을 방해하는 행위를 일컫는 말이다. 지난 15일 같은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를 보기위해 공연장을 찾은 동료 배우들이 재미있는 장면이 아님에도 크게 웃고, 기지개를 켜는 등의 관크 행위를 했다는 목격담이 올라온 뒤 연일 ‘관크’에 대한 관심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당사자로 지목된 배우는 자신의 SNS를 통해 “파란 하늘을 보고 다들 즐거워할 때 누군가는 기억에 따라 눈물이 날 수도 있고, 흐린 날 내리는 비를 보고 들뜨는 사람도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영국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에서 자유의 범위를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선까지로 규정한 바 있다. 대개 관크하는 이들은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극장에서 나도 모르게 관크 하진 않았는지 스스로 되돌아볼 때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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