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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사설]검찰도 “행정조교는 근로자”, 대학 비정규직 보호 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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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대학에서 일하는 ‘학생 행정조교’도 노동자라는 판단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고용노동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2017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동국대와 한태식 전 총장을 상대로 낸 기소 의견에 대해 “학생 행정조교의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만큼 퇴직금 등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노동부는 기소 의견을 통해 행정조교가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는 노동자에 해당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적절하고 당연한 판단이다.

대학 행정조교는 수강신청, 중간·기말고사, 종강, 방학 등 학사관리뿐 아니라 대학 내 행정 업무 전반을 보조하는 일을 수행한다. 대부분의 대학은 임용규정을 통해 조교의 임무, 자격, 임용절차뿐 아니라 해고와 징계 사유를 마련해 놓고 있다. 조교 임용 규정은 일반 노동자의 취업규칙과 다를 바 없다. 그런데도 동국대와 한 전 총장은 근로계약서도 없이 대학원생 조교를 임용한 뒤 퇴직금과 수당, 연차 유급휴가를 주지 않았으며 4대 보험도 적용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이에 대해 검찰은 근무 시간·장소가 지정되고, 보수가 고정급으로 지급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대학원생 행정조교 역시 노동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동국대와 한 전 총장에 대해서는 기소유예 결정을 내렸다.

언제부터인가 대학 내 조교, 연구원, 간사 등 비정규직은 근로기준법 등 노동권 사각지대로 인식돼왔다. 특히 조교나 연구원 업무를 수행하는 대학원생 비정규직은 ‘학생도 아니고 노동자도 아닌’ 애매한 신분으로 저임금 노동, 상사 갑질 등에 노출돼 왔다. 그들은 연구나 학업이라는 이유로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수해야 했다. 게다가 많은 대학에서 대학원생 조교나 연구원에게 임금이 아닌 ‘장학금’으로 보수를 지급하며 노동법 적용을 피해왔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노동부에 이어 검찰까지 대학원생 행정조교를 노동자로 인정하는 판단을 내린 것을 계기로 일선 대학은 조교에 대한 노동권 보호에 적극 나서야 한다. 나아가 연구조교, 연구원 등 대학과 연구기관의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법적·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대학과 연구기관의 부당노동행위가 교육과 연구라는 미명 아래 용인되어서는 안된다. 조교나 연구원 등 대학 비정규직들은 당당한 경제 주체로서 권리 찾기에 나서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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